꽃누르미

기자명 박하나 기자 (melissa12@skku.edu)
매섭던 겨울바람이 사그라들고 파릇파릇한 봄내음이 다가오고 있다. 아직 꽃내음은 없지만 한 발 앞서 영원히 아름다운 꽃, 꽃누르미(압화)에 대해 알아보자.

꽃누르미란, 식물의 △꽃 △잎 △줄기 등의 색깔과 형태를 그대로 유지하기 위해 눌러서 습기를 빼거나 인공적 기술로 건조시킨 뒤 재구성하는 조형예술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옛 선조들이 단풍잎이나 대나무잎 등을 문창호지에 발라 실내에서도 자연에 대한 정취를 돋우고,  벽장식으로 활용한 것이 꽃누르미의 시초라고 볼 수 있다. 오늘날과 같은 꽃누르미가 소개된 것은 꽃 모양의 장식이 도입된 1950년대 중순을 기점으로 보고 있다.

초기 우리나라의 꽃누르미 기술은 대부분 일본의 경향을 그대로 답습한 것이었으나 최근에는 동양화 기법 등 한국적인 품격을 기초로 하는 표현법을 개척하고 있다. 동양화 기법은 간결하게 화면을 구성함으로써 여백을 충분하게 확보하고, 낙관을 찍어 동양화의 이미지를 나타내는 방법이다. 여기에 △모란 △국화 △매화 △난을 주 재료로 사용해 한국적인 풍미를 더한다.

이런 꽃누르미가 최근 들어 자연과 동떨어진 삶을 사는 현대인에게 자연을 느낄 수 있게 해주면서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꽃누르미는 식물을 관찰하고 채집해 활용하기 때문에 소재에 관심을 갖다보면 식물의 명칭은 물론 각 부위와 생태에 대해서도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어린 잎 △성숙한 잎 △단풍잎 △벌레먹은 잎 등을 통해 자연 현상의 변화에 대해 공부하는 즐거움도 가질 수 있다. 예술적 가치 또한 상당한데, 꽃누르미가 일반 생활용품에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공예이면서 액자에 담으면 회화가 되는 예술이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우울증을 치료하는데 활용될 만큼 창조적인 예술 활동이면서 동시에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장점도 갖는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오히려 꽃누르미가 가지는 가치에 비해 사회적 인식이 비교적 낮은 편이다. 꽃누르미라는 용어에 대한 개념이 불분명해 상업적인 목적이 주가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한국꽃누르미협회 김채윤 이사장은 “꽃누르미는 자연의 색을 최대한 살려내 보존하고 새로운 아름다움을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예술적인 가치가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꽃누르미를 통하면 꽃을 많이 사용한 화려한 그림부터 화초의 아름다움이나 시적인 정취와 같이 깊이있는 표현이 가능하다. 또 △풍경화 △판화 △추상화 등 다양한 종류를 시도할 수 있으며 여러가지 재료를 사용해 폭넓은 작품을 만들수 있다.

반면 꽃누르미가 자연을 훼손하는 일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꽃을 채취하는 과정에서 야생의 식물을 손상시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에 대해 김 이사장은 “야외 채취를 할 때에는 오히려 다음 번의 채취를 고려해 야생화를 더욱 보호하기 위해 노력한다”며 “뿌리를 훼손하지 않도록 윗 부분만을 채취하고 어린 식물은 피한다”고 답했다. 최근에는 생생한 색의 재현과 다양한 재료를 위해 직접 식물을 재배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 꽃누르미는 자연 고유의 아름다움을 재현해내는 것을 바탕으로 예술적 가치와 함께 접근성 또한 지니고 있다. 메마른 현대인의 삶에 영원한 자연을 선물한 꽃누르미. 우리나라 꽃 문화의 한 부분으로서 큰 성장을 해나갈 꽃누르미의 내일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