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이토 케미컬(Phyto Chemical)

기자명 이성준 기자 (ssjj515@skku.edu)

대부분의 사람들은 과일과 채소를 선택할 때 색이 짙은 것을 선호한다. 그동안의 경험에 비춰봤을 때 색이 짙을수록 맛이 더 좋음은 물론이고 영양가도 보다 더 풍부하다는 말을 방송을 통해 접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 짙은 색 과일과 채소가 갖는 이점이 또 하나 있다. 바로 우리를 질병의 위험으로부터 보다 자유롭게 만들어 주는 것. 어떻게 채소나 과일이 우리를 병으로부터 지켜주는 것인지 알아보도록 한다.

‘파이토 케미컬(Phyto Chemical)’이란 한 식물의 독특한 색깔을 결정하는 색소이자 화학물질로 식물을 보호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식물이 성장하는 데 도움을 주고자 밀접한 구역에 있는 경쟁식물의 성장을 방해하기도 하고 각종 미생물, 해충, 세균 등으로부터 식물을 방어하기도 한다. 이처럼 식물을 각종 병원체로부터 지켜주는 색소인 파이토 케미컬이 우리 몸에 들어오게 되면 몸을 보호하는 작용을 하게 된다. 상추나 브로콜리와 같은 채소를 짙은 녹색으로 만들어주는 색소인 루테인은 자외선에 의해 눈이 손상되지 않게 보호해주며, 잘 익은 토마토와 같은 빨간색 채소와 과일에 들어있는 라이코펜은 강한 항암작용을 한다. 또한 포도나 라스베리와 같이 검붉은 과일에 함유된 레스베라트롤은 혈중 콜레스테롤을 낮추기도 한다. 이밖에도 다양한 파이토 케미컬은 여러 가지 방법으로 우리 몸을 보호한다.

과일이나 채소의 색이 짙다는 것은 그 색을 내는 색소, 즉 파이토 케미컬이 풍부하다는 것을 뜻한다. 이런 특징은 최근 강하게 불고 있는 컬러푸드 열풍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다양하고 짙은 색의 과일과 채소로부터 많은 도움을 얻고 있는데, 그 도움 중 일부를 제공하는 것이 바로 파이토 케미컬이다. 일반 영양소가 하지 못하는 백혈구와 같은 역할을 파이토 케미컬이 해내면서 컬러푸드가 각광받고 있는 것이다.

혹자는 파이토 케미컬의 효과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보일지도 모른다.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약품들을 통해서 그 역할을 대신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파이토 케미컬은 일반 의약품과 달리 섭취로 인한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큰 장점이 있다. 인위적으로 투입되는 화학약품은 몸과 맞지 않을 경우 알레르기나 발작을 유발하기도 하는 반면 파이토 케미컬은 소화작용을 통해 몸에 맞는 화학물질만을 흡수하기 때문에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는다. 이와 관련해 최근 학계에서는 파이토 케미컬을 본격적으로 산업에 활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 해 11월 한국식품과학회에서는 파이토 케미컬을 주제로 한 국제 심포지엄을 개최해 이의 상품화에 대한 논의를 진행한 것이 좋은 예다. 파이토 케미컬의 효과를 최대화 하고 보다 접하기 쉽게 하는 것이 심포지엄의 목표였고, 그에 대한 연구가 현재 진행 중에 있다.

이처럼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파이토 케미컬. 이는 과일이나 채소가 충분히 무르익어 색이 짙어졌을 때야 비로소 우리 몸에 최대한의 도움을 준다는 것을 의미한다. 당장의 이익을 위해 식물이 채 익기도 전에 재배해 먹어버린다면 우리는 파이토 케미컬의 장점을 사용하지 못할 것이다. 식물의 성장에도 알맞은 때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파이토 케미컬, 우리의 건강에만 도움을 주는 것이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교훈을 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