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은지 문화부장 (kafkaesk@skku.edu)

‘대학로’는 이제나저제나 우리 학교 학우들에게 특별한 공간이다. 이는 일단 인사캠이 대학로를 앞마당으로 삼고 있다는 사실을 차치하고서라도 유의미한 말일게다. 혜화역 4번 출구에서 우리 학교에 이르는 대명거리는 조선시대 성균관 유생들이 풍류를 즐기던 길이다. 또한 민주화의 기운이 흥성대던 1980년대 그곳에서는 학생운동의 함성이 울려 퍼지고, 정의에 피끓는 청춘들이 밤늦게까지 난장 토론을 벌이기도 했다.

여기서 우리 학교 농담 한 토막. 자과캠 학우들이 인사캠 학우들에게 으레 묻곤 한다. ‘대학로가 코 앞에 있으니 연극 많이 보겠다’ 애석하게도 무조건 맞는 말은 아니다. 자과캠 학우들이 수원에 있다고해서 화성을 매주 답사하지는 않듯이 인사캠 학우들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그러나 공연을 자주 보든 어쨌든 인사캠 학우들이 문화 시민으로서의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건 공연예술의 요람, 대학로 때문이 아닐까.

이처럼 오늘날의 대학로를 논하는 자리에 있어서는 연극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대학로는 1981년 문예회관(현 아르코예술극장) 개관 이후 1985년 정부에 의해 ‘문화예술의 거리’로 특성화됐으며 대학로라는 명칭도 이때 생겨났다. 당시 신촌에 형성돼있던 극장들이 저렴한 임대료를 찾아 대학로로 이전하면서 민간 소극장 지구가 형성됐다. 현재는 이미 대학로의 공연장이 1백 개를 훌쩍 넘은 지 오래일 정도로 공연예술의 메카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이제는 더 이상 대학로를 순수한 문화적 공간이라고 정의내리길 주저하게 된다. 즐비한 음식점과 유흥 시설, 어지러이 반짝이는 네온간판의 현란함. 이런 모습이 상징하는 대학로의 상업화는 자연스레 지가 상승과 임대료 및 대관료 인상으로 이어져 대규모 공연 기획사만이 살 수 있는 환경으로 바뀌어갔다. 심지어 관객 몰이를 위한 신종 호객꾼도 등장했다. 실험적인 작품이나 고전은 뒷전, 소위 말하는 ‘돈 되는’ 인기 연극, 뮤지컬만이 각광받고 있다. 이처럼 대학로는 이미 자본이란 벽돌로 빈틈없이 쌓인 요새가 돼가고 있다.

정부에서는 위기를 해결해보고자 ‘대학로 되살리기 프로젝트’를 야심차게 내세웠으며 그 일환으로 6백억이 넘는 예산을 투입해 공공극장으로서의 대학로복합문화공간을 설립했다. 애초에는 저렴한 대관료로 보다 많은 단체에 공연 기회를 제공해 문화접근성을 높일 것이라는 기대를 받았다. 그러나 작년 12월 준공 1년만에 180억원의 빚더미에 올랐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한국문화예술위원회도 재정 파탄의 위험에 처했다고 한다.

이런 상황 속에서 대학로 연극의 당사자인 연극계의 활동은 주목할 만 하다. 최근에는 ‘순수연극, 이대로 죽을 순 없다’라는 기치를 내걸고 극단 골목길, 백수광부 등 6개 극단이 실험적인 ‘협업 시스템’을 벌이고 있다. 또 ‘탈 대학로’를 외치며 대학로 외곽으로 이탈하려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혜화동 1번지 △동숭무대 △76스튜디오 등 혜화동과 명륜동 일대의 소극장들이 모여 만든 ‘문화공감연대 7star’는 상업 공연이 늘어나는 대학로를 벗어나 새로운 대안 문화공간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최근 명동예술극장이 새롭게 개관하면서 명동에서 가능성을 타진하려는 시도도 마찬가지다. 작년으로 8회를 맞은 오프-대학로 페스티벌은 1960~80년대 소극장 실험극의 산실이었던 명동 삼일로 창고극장에서 열리며 대학로 일대의 상업주의적 연극환경과 비합리적인 제작현실을 성토했다.

문화의 요람 대학로를 무덤으로 보내지 않기 위해 각계에서 벌이는 노력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명색이 대학로이니만큼 이 노력에 대학이 발벗고 나설 수 있지 않을까. 2000년 이후 공연예술ㆍ디자인 관련 학과가 둥지 튼 곳만 12곳이라고 한다. 이미 대학로에 캠퍼스를 두고 있는 상명대, 중앙대 등은 물론 홍익대에서는 지상 15층, 지하 6층 규모의 디자인센터를 건립하고 있다. 대학로의 이름값은 대학들이 살릴 수 있다. 문화예술의 중심지인 대학로의 문화적 환경을 배경으로 학생들의 독창적인 창작이 대학로 문화에 섞여드는 즐거운 화합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