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영인 기자 (youngin09@skku.edu)

“그래요” 그를 만나기 전.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그의 짧은 대답 속에는 절대 넘을 수 없을 것만 같은 무엇인가가 있었다.

4시간에 걸쳐 도착한 목포. 비가 내리는 항구가 나를 맞이했다. 멀리 보이는 검푸른 바다.  그가 품은 바다도 지금과 같은 모습이었을까.

멀리서 걸어오는 그. 한눈에 하동 천승세 선생님임을 알았다. 한발 한발 땅을 디디는 모습이 걸어온다기보다 땅을 헤쳐 나오는 것 같았다.

그러나 내가 지나치게 겁을 먹었던 것일까. 그가 평소 즐겨 찾는다는 한 횟집에서 진행된 인터뷰는 이상하리만큼 편안하고 즐거웠다. 그가 약자 앞에서 더욱 약해질 수 있는 진정한 수컷이었기 때문일까, 세 시간 넘게 이어진 만남이었지만 물리적 시간을 느낄 수는 없었다.

“언제나 한 자 한 자 정성스레 박아왔다”

언뜻 칼 위에서 춤추는 무당이 스쳤다. 혼을 실어 무엇인가를 한다는 점에서 둘은 너무나 닮았다. 나는 그토록 치열하게 살 수 있을까. 하나의 기사를 위해 내 모든 것을 쏟아 부을 수 있을까. 마감시간에 쫓겨 작성에만 급급했던 지난날이 떠올라 부끄럽다.

“1백번을 다시 태어나도 외롭고 비참한 소설가가 되겠다”

왈칵, 눈물이 났다. 얼마나 외롭고 힘든 길이었을까. 신 내림을 받듯 어머니의 문학적 피를 이어받은 그의 삶은. 모든 것을 포용할 수 있을 것 같은 그의 모습이 50여년의 외로움 끝에 완성된 것이었다.

나는 믿는다. 내일이라도 당장 파도 타고 그가 지금 겪고 있다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암흑기를 넘어버릴 것이라고.

나는 바란다. 선생님의 사위어가는 문학 혼을 불러일으킬 엄청나게 따뜻한 격려가 내가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