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 우리 학교 남성현(한문04) 동문

기자명 이성준 기자 (ssjj515@skku.edu)

대학원생들과 전문가들이 주를 이루는 한국고전번역원에 대학생의 자격으로 입학한 남성현 동문. 그에게 고전번역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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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오상 기자 osyoo@skkuw.com


■ 고전번역에 관심을 두게 된 계기에 대해 듣고 싶다
중학교 3학년 때부터 고전문학에 관심이 많았다. 고전에는 우리 고유의 전통과 선조들의 생각은 물론 많은 교훈과 가르침이 내포돼 있어 현대사회를 사는 사람들에게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번역을 전문적으로 배우지 않는 일반인들이 이를 접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따라서 내가 직접 고전을 번역해 사람들에게 고전의 좋은 뜻을 알리고자 했다.

■ 고전을 번역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한문을 많이 안다고 해서 번역을 잘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번역에 필요한 것은 선조들이 기록한 한문을 현대어인 한글로 정확히 옮겨내는 능력이다. 고전의 한 구절을 두고도 여러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를 이루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또한 번역하는 과정에서 내 주관이 개입되지 않아야 한다는 점도 매우 중요하다. 나의 생각이 첨가되는 순간 그 글은 선조들이 쓴 순수한 글이 아니라 중간에서 왜곡된 거짓말이 되고 만다. 따라서 최대한 고전 그대로의 뜻을 살려 정확하게 번역하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 대학생의 입장에서 번역원에 들어가기가 만만치 않았을텐데
많은 사람들이 고전을 번역하는 일을 상당히 어려운 작업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자신이 진정으로 고전을 사랑하고 최선을 다한다면 결코 어렵지 않을 것이다. 최근에는 나를 제외하고도 많은 대학생들이 번역원에 들어와 공부하고 있는데, 이는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고전번역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예다. 그렇다고 전혀 어려움이 없다는 말은 아니다. 오후에는 학과 수업을 듣고 야간에는 번역을 배우는 생활이 버겁기도 했다. 밀린 과제를 해결하거나 조별발표를 준비하는 날이면 몸에 많은 무리가 갔다. 하지만 번역을 통해 시대를 뛰어넘는 선조들의 사상을 배우고 나 자신이 발전할 수 있었기 때문에 이를 후회한 적은 없다.

■ 대학생들로부터 고전이 관심을 받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가장 큰 원인으로 학생들이 빠른 성취를 보이는 학문에만 매진하고 있는 현실을 꼽고 싶다. 현재 이른바 인기학과라고 불리는 학과들을 살펴보면 자신이 공부한 것에 대한 성과가 빨리 드러나는 분야라는 점을 알 수 있다. 반면 고전번역은 번역 자체를 하는 데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며 숨은 뜻을 이해하는 데도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가. 최대한 빨리 성과를 내 경쟁에서 이겨야 하는 현대사회에서 이런 흐름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상대적으로 고전이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 학우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말이 있다면
아직 학생신분인 내가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정답이라고 제시해주기는 어렵고, 한 가지 조언을 해주고 싶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앞만 보고 달리지 말고 뒤 돌아볼 줄 아는 자세를 가지라는 것이다. 곧바로 성과를 드러내는 학과 공부가 당장은 도움이 될지 몰라도 내 자신을 만들어나가기에는 힘들다. 고전을 통해서 깊은 생각을 해보고 사고의 틀을 깊게 만들어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