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마 한국 초대회장 이경희씨

기자명 김영인 기자 (youngin09@skku.edu)

단순한 장식성 인형이 아니다. 생명을 불어넣을 수 있는 퍼펫(puppet, 인형극에 쓰는 인형)이란 뜻의 순수한 우리말, 꼭두. 그 꼭두에 움직임과 이야기를 불어넣은 것이 ‘꼭두극’이다. 과거의 융성했던 꼭두 문화가 빛바랜 우리나라에 꼭두극의 새싹을 심은 사람이 있다. 바로 이경희씨. 동숭아트센터 내 꼭두카페에서 그녀를 만났다.

■ 우리나라에 사그라졌던 꼭두극을 다시 불러왔다고

유오상 기자 martlet4@skku.edu

해외 연수 중 우연히 꼭두극을 봤는데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환상적이었다. 단순히 재치 있고 정감만 가는 것이 아니라 아름다움 그 자체였다. 객석에는 어린이뿐 아니라 성인도 많이 있었는데, 남녀노소 모두의 즐길 거리로 자리매김한 것 같았다. 또한 단순히 죽어있는 인형이 아니라 거기에 숨을 불어넣어 새롭게 태어난다는 것이 신선하게 다가왔고 이 느낌을 국내에도 전달하고 싶었다. 그 당시 국내에는 꼭두극이 제대로 이어지고 있지 않았다. 물론 ‘꼭두각시놀음’을 하는 남사당패가 있었지만, 공연을 할 수 있는 경제적 여건이 뒷받침되지 못해 실질적으로는 공연을 볼 수 없었다. 단어는 있었지만, 형체는 없었다고나 할까.

■ 1979년 꼭두극 국제기구인 유니마(UNIMA, 국제 꼭두극 연맹)에 한국을 가입시키는 것으로 우리나라 꼭두극 정립을 시작했는데
무엇부터 시작할지 고민이 됐다. 사그라져가던 국내 꼭두극을 되살리고 싶었지만, 전문 지식이나 관련 경험이 없던 내가 제대로 할 수 있는 것은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선 유니마에 가입했다. 이를 통해 국내에 꼭두를 소개하는 동시에 한국 전통의 꼭두를 현대로 불어오는 작업이 시작됐다는 것을 세계에 알릴 수 있었다.

■ 이어서 계간지 ‘꼭두극’을 발행했다
홍보가 절실했다. 기존에 ‘인형극’이라는 이름으로 공연하던 것은 있었지만, 그것은 일본에서 잘못 전해진 것이다. 그래서 민속학자와 언어학자에게 도움을 받아 ‘꼭두극’이라는 순 우리말을 쓰기로 했다. 바뀌고 나니 ‘꼭두극’이라는 용어에 대한 사람들의 이해가 부족했다. 활자로 정리해서 많은 이들에게 전하면 보다 효과적으로 알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잡지를 발행하게 됐다. 그러나 막상 실을 내용이 없더라. 그래서 내용까지 만들었다. 외국의 강사를 초빙해 관련 기술을 전해주는 워크샵을 진행하기도 했고, 외국의 관련 잡지를 번역하기도 했다.

■ 홍보뿐 아니라 꼭두극 극단 창단 등 실질적 활동도 했는데
잡지를 통해 소개하는데 성공했다고 해도, 막상 사람들이 직접 즐길 수 있는 공연이 없었다. 그래서 꼭두극단 ‘어릿광대’를 창단했고, 우리나라 최초로 꼭두극 ‘양주별산대’를 공연했다. △기술 △음악 △의상 등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양주별산대놀이’에서 몇 가지 부분을 차용했다. 결과는 훌륭했다. 생소한 부분이 있었을 텐데도 전통을 바탕으로 하니 보다 편안하게 다가간 것 같다. 또한 극을 통해 우리나라의 △색 △음악 △의상 △해학 등을 전달했다는 의의도 지닌다.

■ 각고의 노력 덕분에 최근에는 꼭두극을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옛날과 비교하면 정말로 많이 발전한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부족한 부분이 더 많다. 우리나라는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꼭두극이 대부분이지 않나. 성인을 위한 공연이 있는 외국의 사례와 비교해 볼 만하다. 그나마 ‘꼭두극’이라고 하면 다행이지. 아직도 대중과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많이 알려진 ‘인형극’이라는 용어를 잘못 쓰는 사람이 더 많다. 이런 것을 볼 때마다 씁쓸하다.

■ 앞으로 꼭두극이 어떻게 나아가길 바라는가
우선 꼭두극에 대한 전반적인 관심이 생겨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역할 모델’이 필요하다. 김연아의 경우를 예를 들어보자. 한국은 피겨의 불모지였다. 그러나 피겨를 통해 대단히 성공한 김연아의 등장으로 많은 이들이 피겨선수를 꿈꾸고 있지 않나. 마찬가지다. 꼭두극을 통해 성공한 인물이 나타난다면, 보다 많은 이들이 도전하고 싶은 하나의 직업으로 생각할 것이다. 또한 외국의 경우 관련 학과나 학원이 많이 발달돼 있어 예술성과 전문성, 그리고 대중성까지 모두 갖춰져 있기에 배울 만하다. 관심이 많아지고, 외국의 좋은 사례를 국내 사정에 맞게 잘 적용한다면 국내 꼭두극의 미래는 밝다. 우리나라에는 전통적으로 전해 내려오는 독특한 매력의 문화도 있고, 개개인의 기술 습득력도 뛰어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