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과 비정상의 경계, 그 곳엔 예술이 있다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 그 곳엔 예술이 있다
  • 박하나 기자
  • 승인 2010.03.14 18:43
  • 호수 147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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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낮병동의 매미들>

낮병동에는 울지 않는 매미들이 있다. 62층에는 브래드 피트와 안젤리나 졸리가, 3층에는 스머프가 사는 예술인아파트의 가장 낮은 곳, 201호에 머물고 있는 예술인들이 바로 그들이다. 201호의 인기인이자 분란의 중심인, 연극배우를 꿈꾸는 백댄서 ‘허벌’, 평가회의에 참석하지 않고 평가거부투쟁을 해 관리실에 끌려간 경험이 있는 ‘변신’, 소설가를 꿈꾸지만 창의력 없이 남의 말만 베끼는 3류 콩트 작가 ‘구성교’와 허벌을 짝사랑하는 작곡가 ‘정음표’, 뮤지컬 단역배우 ‘강요조’, 그리고 쥐와 법, 명상을 두려워하는 립싱크 전문 코러스 ‘여부동’까지……. 이들은 문학, 음악, 미술 등 예술인이 모여 사는 예술인아파트에서 퇴거 직전에 놓여있는 인물들이다.

예술평가위원회에게 자신들의 모든 걸 평가받는 현실 속에서 쫓기듯이 방황하던 그들의 방에 경비원들이 들이닥친다. △자본 △미디어 △권력을 상징하는 세 명의 경비원들 앞에서 무릎을 꿇고 약해지는 예술인들의 모습은 현대의 신자유주의 속에서 폭력보다 무서운 방법으로 통제당하고 있는 현실을 나타낸다. 여기에 그들이 건네는 ‘소통’이라는 아이러니한 인사는 예술인아파트라는 억압적인 공간을 통해 예술인을 압박하는 현실을 풍자하는 ‘블랙코미디’적 요소를 잘 보여준다. 또 극 중에서는 “왠지 어려운 말로 빙빙 돌려서 이야기하면 아무도 의미를 파악하지 못해서 비판조차 하지 못하는 거야”라는 허벌의 대사를 통해 제대로 된 기준 없이 어려워 보이는 예술에 경의를 표하는 겉멋 든 사회를 노골적으로 풍자한다.

한편 이 연극에는 세계 최초 인터랙티브 영화 <영호프의 하루>를 연출했던 조영호 작ㆍ연출가의 특색도 잘 드러난다. 인터랙티브 영화란 관객들이 능동적인 참여를 하면서 볼 수 있는 영화로 이용자의 선택이 스토리의 체험방식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이와 비슷하게 <낮병동의 매미들>은 딥포커스 연극 형식을 취하고 있는데, 사진 기술에서 딥포커스란 카메라와 피사체의 거리에 관계없이 초점을 중앙에 맞추어 모든 화면을 선명하게 찍는 촬영기법이다. 이와 같이 어느 한 사람에게 시선이 집중되도록 하지 않는 방식으로 전 배우들이 이뤄내는 조화에 전적으로 의지하기 때문에 관객이 스스로의 이끌림에 따라 시선을 옮겨간다. 관객이 연출가가 되어 각각의 장면들을 편집해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 형식에는 연극을 보는 관객의 시선을 통제하지 않으려는 작가의 의도가 숨어 있다.

또한 상징과 은유가 많이 쓰여 관객의 입장에서 다의적 해석이 가능하다. 이와 관련 기획ㆍ제작을 맡은 조승현 프로듀서는 “작가가 기호의 다의성을 이용한 재미를 추구했다”고 설명했다. 두 가지 이상의 뜻을 지닌 등장인물의 이름, 의상과 침대의 색을 통한 상징부터 연극의 전체에 걸쳐 등장하는 △쥐 △법 △관리실 등의 단어들까지 곳곳에 숨어있는 상징들은 연극의 또 다른 재미요소가 된다.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 낮병동에는 울지 않는 매미들이 있다. 17년 동안 어두운 땅속에서 기다렸다가 한철 크게 울고 가는 매미. 예술인아파트 속에 잔뜩 웅크린 예술인들. 이 ‘진짜 슬프고 예쁘고 아름답고 잔인한 이야기’를 보고 나오는 길, 조금은 어둡고 쓸쓸하고 비극적이다 못해 희극적인 그 인간군상에 물음을 던져본다. 낮병동의 매미는 언제쯤 울 수 있게 될까.

△일시:~6월 27일
△장소:대학로 연우무대 소극장
△관람료:25,000원

성대신문과 극단 <매미들>이 독자분들에게 연극 <낮병동의 매미들> 관람의 기회를 제공합니다.
울지 못하는 매미들, 낮병동의 예술인들을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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