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고두리 기자 (doori0914@skku.edu)

“한 발짝만 내딛었을 뿐인데 너무 많은 걸 깨달았어요” 그녀가 어떠한 대가도 바라지 않고 봉사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었다. 부룬디 아이들에게 동화책을 전달하는 활동 역시 쉽지 않은 결정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오히려 아이들에게 빚을 진 느낌이 든다고 한다. 과연 그녀에게 어떤 사연이 있는 걸까? 우리 학교 안지혜(글경영08) 학우를 만났다. 

안 학우가 처음 부룬디 아이들에게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지난해 7월 선교활동을 갔다 온 뒤였다. 처음 부룬디에 도착했을 때 그녀는 그들을 잘 대할 수 있으리라 확신했다. 그러나 실제로 가보니 선뜻 그들에게 다가가지 못한 자기 자신을 발견하고 “그 때 처음으로 제 자신에게 너무나 실망했어요”라며 부끄러웠던 지난날을 회상했다. 그러던 그녀에게 어느 날 한 아이가 다가오더니 그녀를 꼭 안아줬다고 한다. “사랑을 베풀러 갔는데 오히려 제가 사랑을 받고 온 거죠. 그 때의 감동은 이루 말할 수 없어요. 그리고 다짐했죠. 이 사랑을 꼭 갚아야겠다고”

한국에 돌아와서 안 학우는 우연히 UN거버넌스에서 주최한 강연회를 가게 됐다. 그녀는 강연회에서 사회적 기업과 국제개발협력에 관한 강연을 듣고 부룬디 아이들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게 된다. 이렇게 해서 탄생한 모임이 B4B다. B4B는 ‘Books For Burundi’의 약자로 부룬디 아이들에게 동화책을 직접 번역해서 전달해주는 모임이다. 특별히 책을 선택한 이유를 묻자 그녀는 “먹을 것을 지원해주는 단체는 많잖아요. 그렇지만 그들에게 정작 필요한 것은 교육이에요”라고 말했다. 2008년에야 내전이 끝난 부룬디는 여전히 정치적 혼란을 겪고 있었고,  수도 부줌부라에는 서점이 하나 밖에 없다. 인구의 절반가량이 14세 미만이고, 그들은 대부분 고아로 자라고 있었다. “부룬디에 가서 가장 충격적이었던 건 아이들이 어떠한 교육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였어요”라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10명 정도의 대학생 중심으로 운영하기에 재정적으로 힘들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녀는 “1일카페를 운영하거나 회원제를 이용해서 재정적인 부담을 덜고 있다”고 했다. 오히려 힘든 점은 많은 대학생들이 제3세계에 관심이 없는 것이라고 말한다. “관심이 있더라도 스펙을 쌓으려고 봉사활동을 하는 경우가 많아서 지속적인 관심으로 이어지지가 않아 속상해요”라고  탄식했다. 

안 학우는 부룬디에 보낼 동화책을 얻기 위해 국내외 많은 작가들에게 메일을 보냈지만 쉽지 않았다. 국내 동화책 같은 경우에는 작가가 허락을 해도 출판사가 허락을 하지 않으면 동화책을 번역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세계적인 동화작가 로버트 먼치에게 동화책을 번역해도 좋다는 답변이 왔다. 현재 그의 동화책 『언제까지나 너를 사랑해』가 키룬디어로 번역되고, 인쇄까지 마친 상태며 올해 여름에 부룬디에 보내지게 된다. 동화책을 얻기 위해 B4B에서는 재능기부 방식도 이용하고 있다. 동화책 콘테스트를 열어 선정된 동화책은 국내에 출판되며, 키룬디어 판권을 기부함으로써 번역작업을 거쳐 부룬디에도 책이 전달되는 것이다.

그녀에게 B4B의 목표를 묻자 “지금은 아직 초기단계라 동화책 무료 배포에 중점을 두고 있지만 도서관을 설립하고 사회적 기업을 만드는 것이 최종목표에요”라며 당찬 포부를 밝혔다. 부룬디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다른 제3세계 아이들도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는 안 학우. 그녀는 이미 부룬디 아이들에게 진 빚을 갚은 상태가 아닐까.

※B4B에서 함께할 가족을 모집한다고 합니다. 관심있는 학우는 cafe.naver.com/books4burundi에 지원문의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