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유정미 기자 (sky79091@skku.edu)
지난 12일 저녁,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자그마한 화분과 선물상자를 들고 공덕역의 한 오피스텔로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빅이슈 코리아 회원들이 사무실 개소를 축하하기 위해 족발파티를 연 것이다. 들여놓은 지 얼마 되지 않은 미니멀한 가구들과 흰색 벽지로 둘러싸인 자그마한 방안은 대학생 기자부터 사회적 기업가와 교수, 직장인 등의 다양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로 채워졌다. 이들은 노숙인의 자활을 도울 잡지를 창간한다는 생각에 한결 들뜬 목소리로 앞으로 사회적 기업으로 성장할 빅이슈에 대한 애정 하나하나를 되짚었다.

솔직히 말하면 이렇다. 사회부 기자이니 만큼 노숙인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지속적 관심을 내비쳐야 하는 것은 당연지사, 게다가 그들의 개선되지 않는 처우에 대해 사회를 향해 비판의 검을 들어야 하는 것도 마찬가지일 터. 하지만 늘 내 머릿속에서는 노동하지 않는 인간은 어리석다는 이기적인 생각들이 흘렀다. 길거리에서 노숙인을 마주할 때마다 아련한 마음에 얼마 되지 않는 잔돈을 기부하곤 했지만 그것은 어쩌면 ‘나는 괜찮다’라는 안도와 가식의 손길이었을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나의 시선은 ‘거리의 천사들’ 진무두 팀장이 말했던 것처럼 노숙인의 부정적인 커밍아웃에 머물러 있었다. 그들은 스스로 노숙인임을 알리고 싶지 않았겠지만 그들의 삶 속에 담긴 애환이 그들을 ‘술’푸게 했으리라. 그리고 자신이 노숙인임을 어쩔 수 없이 드러내야 했겠지.

결국 빅이슈 사무실에서 만난 선한 눈빛의 사람들은 노숙인도 일하고 싶은 평범한 인간이었음을 깨우쳐줬다. 정부주도가 아닌 민간 형태의 일자리 창출 역시 가능하리라는 것을 그리고 그 희망을 약 2시간 동안 온몸으로 체득한 느낌이랄까. 그간 이기적인 시선으로 가득했던 나의 머릿속을 정리했다. 그리고 반성했다. 나는 껍데기뿐인 인간이었음을. 신동엽 시인이 왜 그렇게 ‘껍데기는 가라’라고 외쳤는지 이제야 알 것도 같았다. 공덕의 빌딩 숲 사이에서, 무한히 반복되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작지만 위대한 사무실에서 나는 희망을 보았다. 그리고 다가오는 6월, 재기발랄한 3천 원짜리 ‘빅이슈’ 안에서 희망과 조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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