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용(경제08)

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거둥길 닦아 놓으니까 깍정이가 먼저 지나간다’라는 속담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거둥은 한자로 거동(擧動)으로 되어 있으나 실제는 ‘임금의 행차나 나들이’를 뜻하는 고유어이다. 임금이 지나갈 길을 닦아 놓으니까 엉뚱한 사람이 먼저 지나간다는 이야기로 애써 이루어 놓은 일이 보람 없이 돼버린다는 뜻이다.

혹시 이 속담에 나오는 ‘거둥길’이 우리 학교에도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고 계시는지. 2008년 12월 8일, 종로구청이 창경궁 집춘문과 문묘 사이의 ‘거둥길’을 1백여 년 만에 복원시켰다. 이 거둥길은 조선시대 왕과 왕세자가 문묘(성균관)에 행차할 시 사용하던 길이다.

이 사업은 창덕궁과 창경궁, 성균관 문묘로 이어지는 새로운 관광코스를 개발한다는 취지에서 추진됐다. 중국인 등 여행객들을 끌어들여 가치에 비해 관심이 적었던 문묘가 새로이 주목 받으리라는 기대가 컸다. 또한 학교 내 유서 깊은 유적이 있다는 사실을 대중에게 알림으로써 학교 이미지를 개선하고 전통을 널리 알릴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 거둥길을 통해 창경궁과 연결되는 집춘문은 굳게 닫혀있다. 복원을 추진했던 종로구와 실질적인 궁궐 관리를 맡고 있는 창경궁 측의 협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창경궁 측은 집춘문이 궁궐 비공개 산림지역에 자리잡아 동선이 힘들고 가파른 지형이기 때문에 상시 개방이 힘들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이 공사에 투입된 금액은 1억5천여만 원. 경사가 가파른 점을 고려하여 나무로 계단도 만들고 담벼락도 예쁘게 꾸며놓았다. ‘거둥길 닦아 놓으니까 깍정이가 먼저 지나간다’라는 속담처럼 애써 이루어 놓은 일이 보람 없이 돼버린 꼴이다. 지난해부터 총학생회와 서울시는 우리 학교 주변을 대학문화와 전통문화가 어우러진 곳으로 만들고자 많은 노력을 해왔다. 만약 집춘문을 개방하여 관광객들이 더 많이 유입되고 문묘가 널리 알려진다면 우리 학교 거리는 더욱 명실상부한 문화ㆍ전통의 거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어떻게 하면 우리의 거리를 널리 알릴 수 있을지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