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유민아 기자 (mayu1989@skku.edu)
때는 등산이라는 개념이 없던 시절이었다. 18세기 자연과학자 소쉬르는 언젠가 알프스의 최고봉 몽블랑에 오르겠다는 일념으로 끊임없이 연구하고 도전했다. 계속된 실패 끝에 상금을 걸면서까지 몽블랑을 등정할 사람들을 찾기도 했다. 25년이 흐른 뒤에야 소쉬르는 몽블랑 등정에 성공해 그의 오랜 꿈을 실현했다. 이것이 바로 등산 자체에서 즐거움을 찾으면서 더 높고 험난한 산에 도전하는 태도, 알피니즘(alpinism)의 기원이다. 여기, 순수한 알피니즘을 지향하는 우리 학교 소모임 산악부가 있다.

50년 전통을 지닌 산악부의 오랜 선배들은 그야말로 목숨을 걸고 산을 다녔다. 등산이 요즘처럼 대중적으로 보편화된 시절도 아니건만, 산에 대한 열정만큼은 대단했다. 대학생의 젊음 전부를 산악에 바쳤다고. 그만큼 산악부에 애정이 커 지금도 후배들을 잘 챙겨주고 꾸준히 후배들과 함께 등산을 하고 있다. 산악부는 암벽등반 전문산악인 유석재(문정89) 동문과 고산 8천미터 등반의 선구자격인 김창선(기계설비79) 동문 등의 전문산악인이 배출하기도 했다. 오늘날의 산악부는 선배들의 전통을 이어받아 전문적인 등산을 추구한다. 세월을 짐작케 하는 온갖 산악장비들이 동아리방 곳곳에 구비돼 있는 모습은 그 점을 가히 실감케 한다. 매주 주말에 등산을 하는 산악부가 주로 가는 곳은 △당고개 인공암벽장 △도봉산 △북한산. 방학 때는 지리산, 설악산과 같이 비교적 높은 산에서 합숙을 하며 장기산행을 하기도 한다.

물론 등산은 힘들다. 힘들 수밖에 없다. 육체적으로 지치고, 위험하기까지 하며, 장비는 한없이 무겁기만 하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바로 그것이 산악의 매력이다. 수시로 마주치는 고난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인내심이 자라며 인격적으로 성숙하게 된다. 부원들과 함께 텐트를 치고 밥을 지어먹으며 보내는 등산생활은 협동능력과 리더십을 자연스레 길러준다. 무엇보다도 등산 과정에서의 모든 역경을 이겨내고 나면, ‘뿌듯함’이라는 심리적 보상 외에도 ‘경치’라는 아름다운 선물을 얻을 수 있다. 김형용(경제08) 주장은 “설악산을 하산하다 무심코 본 설경에 넋을 잃고 반해, 몸이 힘든 것을 모두 잊은 채 가벼운 마음으로 산을 내려왔다”고 말했다. 그리곤 그는 “경치에 한 번 눈 뜨면 등산을 끊을 수가 없다”며 웃었다. 산악부원들에게 있어 산이란 일상으로부터의 탈출이요, 안식처다. 산악부 이기원(경영04) 학우는 취업, 연애 등의 문제로부터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산을 떠올리곤 한다. 그럴 때면 그는 산악부 회원들과 함께 인적이 드문 산길을 찾아 나서는 것이다. 한없이 고요한 평화로움 속에서 대자연의 위엄을 느끼고, 그 속에서 자신의 삶을 곰곰이 반추하다보면 어느새 마음은 한결 가벼워진다.

최근 우리나라는 전 세계 모든 산 중에 북한산의 방문자 수가 가장 많을 정도로 등산 문화가 많이 활성화됐다. 그러나 그에 따른 산악 예절은 아직도 턱없이 부족하다고 김형용 주장은 말한다. 제대로 안전장비를 착용하지 않고 등산해 다치거나, 산에 무분별하게 쓰레기를 버리고, 산길을 쉽사리 훼손하곤 한다는 것이다. “요즘엔 산악부가 △건강 △안전 △환경보호 총 세 가지의 등산문화를 선도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하는 김 주장은 꽤나 큰 배포를 사뭇 진지한 모습으로 풀어냈다. 하긴, 진정한 알피니스트의 윤리는 산을 사랑하고 보호하는 것이 아닌가. 어두운 산 속에서 별을 헤다 잠드는 낭만과 함께하는 성균관대 알피니스트들의 행보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