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소현(철학09)

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우리 학교에는 생리공결제가 없다. 나는 그 사실을 뒤늦게야 알았다. 생리통이 심하지 않았기 때문에 뒤늦게 안 것은 아니다. 어차피 수업을 빠져봐야 나만 손해니, 참을 수 있는 만큼 참아보려 했을 뿐이다. 별 효과도 없는 진통제를 먹고 공강 때마다 여휴(여학생 휴게실)에서 잠깐잠깐 휴식을 취하는 식으로 반갑지 않은 불청객을 맞이하느라 고생을 했다. 나는 내가 참을 수 있는 만큼만 참고 싶었다. 그러나 고통이 참을 수 없는 지경에 왔을 때에도, 역시 나는 참아야 했다. 학교에서는 논란의 여지를 없애기 위해 생리공결제를 도입하지 않았고, 많은 교수님들이 생리통은 병결의 사유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으셨다.

생리공결제의 수혜자가 여성뿐이라는 이유로 제도의 도입이 역차별이라 주장하는 사람들은 ‘여자 휴게실만 있고 남자 휴게실은 없는 것은 역차별이다’라고 주장하는 것과 똑같은 우를 범하는 것이다. 여자휴게실이나 생리공결제는 모두 여성의 생물학적 특성을 배려하기 위한 것이다. 월경과 같은 말을 입 밖으로 내는 것조차 금기시하는 우리 사회의 분위기 또한 생리공결제 도입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하는 이유이다. 생리통의 원인, 진단법, 치료법도 명확하지 않으니 병원에 갈 이유도 없지만 어쨌든 진단서를 끊으려는 이유 하나만으로 병원에 가야 한다 하더라도, 눈앞의 의사에게 내가 아픈 이유를 설명하는 일은 얼마나 어려워야 하는가?

생리공결제의 도입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악용의 가능성이 높음을 근거로 들기도 한다. 그러나 묻고 싶다. 주변에 결석사유로 인정받기 위해서 거짓 진단서를 끊는 사람을 본 적이 한 번도 없는가? 그렇다면 병결제도는 없어져야 하는가? 그렇지 않을 것이다. 어느 제도에나 악용의 가능성은 존재한다. 중요한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제도를 진정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악용의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도입조차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악용의 가능성을 줄이고 그 수혜가 정말 필요한 사람들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끊임없이 제도를 개선해 나가는 것이다.

생리공결제의 실질적 필요성 외에도 그 상징성 때문에 나는 생리공결제의 도입을 지지한다. 앞에도 잠깐 언급했지만, 아직도 ‘생리통은 병결의 사유가 될 수 없다 혹은 생리통이 심한 여성의 수는 극소수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매우 많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생리공결제가 도입된다면, 여성이 선천적으로 가지고 있는 고통을 동반한 책임에 대하여 사회적 인식이 보다 높아질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양성이 각자의 성적 특수성에 대해서 존중받을 수 있는 공동체를 꾸리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생리공결제를 건의한다.(정말이지 노파심에 덧붙이자면, 생리공결제를 지지한다고 해서 군가산점제도를 반대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