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창욱(컴공) 교수

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대학이란? 대학생으로서 모두가 한번쯤은 가져봤음직한 질문일 것이다. 통상적으로 대학은 ‘전문적인 교육과 연구를 함께 수행하는 최고 교육기관’으로 정의된다. 대학의 기원은 중세 유럽의 교사. 학생 간의 (단체, 지도자를 뜻하는) 길드(Guild)에서 유래했다. 11세기 후반부터 12세기 초반에 걸쳐서 ‘자생적 대학’으로 볼로냐대학, 파리대학, 옥스대학 등이 형성됐고, 중세 외부권력에 대한 항쟁 과정에서 케임브리지대학, 오를레앙대학, 파도바대학 등이 파생되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고려 말과 조선시대 유학교육기관으로 현재 국립대학격의 성균관이 존재했으며, 이후 1946년 재(再)개교한 우리대학(당시는 명륜전문학교)에 의해 계승됐다. 또한 19세기말 문호 개방과 더불어 근대식 학교제도가 유입됨에 따라 광혜원, 이화학당, 경신학교 등이 설립됐으며, 이들 중 일부는 현재의 대학으로까지 발전했다.

대학의 역할은 ‘인격을 도야하고, 국가와 인류사회 발전에 필요한 학술 이론과 그 응용 방법을 교육 및 연구하며, 국가와 인류 사회에 공헌’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대학의 경우, 70~80년대 혼돈의 역사 한 가운데에 서서 정치권 부패 척결과 학원 민주화를 기치로 격동의 세월을 보내며 대학 본연의 임무를 다하지 못 했었다. 하지만 90년대 이후 정보화, 국제화에 역점을 두고 커리큘럼, 교수법의 개혁을 추진했으며, 동시에 21세기 지식기반 사회에 대응할 국제수준의 연구 능력을 갖춘 대학 육성에 심혈을 기울였다. 이러한 노력은 짧은 기간에도 불구하고 대학의 교육 및 연구력에 있어 괄목한 만한 성장을 이뤄냈다. 그러는 동안 우리나라 대학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된다. 90년 말 ‘IMF 한파’와 2000년대 중후반 ‘글로벌경제위기’를 거치면서 ‘생존’이 무엇보다 중요한 사안으로 대두됐다. 이로 인해 학생들은 한결같이 ‘인격의 도야, 학술 이론의 학습. 연구 및 사회 공헌’보다는 ‘학력, 학점 및 자격증 취득’을 통해 구직자로서의 스펙 향상에 전력을 다하게 됐고, 어느 순간부터 이러한 가치관은 자연스러운 대학 문화로 받아들여지게 됐다.

과연 어느 누가 이러한 시대적 흐름에 대한 옳고 그름을 논할 수 있겠는가? 대학의 본질도 대자연의 한 구성 요소로서 엄연히 생존을 위해 진화했을 뿐이라면 말이다. 이러한 시류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결과이지만, 우리가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될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이 있다. 인류가 험난한 대자연의 생존 경쟁에서 살아남아 최고 포식자로 군림할 수 있었던 중요한 요인이 ‘다양성’에 있었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다양성’은 인간의 잠재 능력을 다분화해 혹독한 생존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기회를 극대화시키기 때문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우리가 지금처럼 틀에 박힌 가치관만을 일관적으로 쫓는다면, 어느 순간 대학의 다양성은 사라지고 대학이 단순히 생존을 위한 취업 학원으로 전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대학 시절이 우리에게 소중한 이유는 다양성을 배양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대학 졸업 후,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순간 모든 일상은 동일한 가치관하에서 획일화를 강요당하게 되며, 더 이상의 다양성 경험의 기회도 철저히 제한된다. 대학 생활을 하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을 소중히 생각하고 커피 한잔의 여유만큼만이라도 잠시 다른 세계에 관심을 가질 수 있었으면 한다. 문학, 예술, 운동, 게임, 봉사, 여행 등 그 어떠한 것이라도 무방하다. 여러분의 남은 대학 시절 동안 다양성 함양에 노력을 기울여 이를 바탕으로 앞으로 펼쳐질 치열한 생존 경쟁에서 도태되지 않고 여러분이 품은 원대한 경륜을 실현시켜 나아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