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환철(독문02)

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인문관에 오르는 길에 대자보가 크게 눈에 띤다. ‘총학생회장의 비리와 거짓변명’

그동안 오래 학교를 다니며 총학의 허례허식에 관한 루머는 들어왔지만 이렇게 내 뇌리에 크게 울림을 준 건 어떤 근본적인 문제인식에 관한 나름의 성찰 때문이다. 바로 총학생회실에 찾아가 자초지종을 물어봤더니 총학생회장은 그동안 비밀로 통장을 관리하며 서로 소통하지 않았고 무엇보다 공적인 돈을 사적으로 이용해왔다는 것이다. 커피, 수영용품, 음식값, 택시비, 심지어 어머니가 쓴 영수증까지. 변명이라는 게 “잘못은 했지만, 큰 잘못은 아니다”, “내 행동의 문제점을 인정하지만 사퇴하면 그것을 인정하는 모양이 된다”라며 그 어느 철학자도 생각지 않았던 괴상한 사유방식과 논리구조를 내세운다.

여기서 나는 묘한 대비를 이루는 상황을 본다. 총학생회장과 동혁이 형. 현실은 미디어가 연출한 코미디보다 더 희극적 상황이 되고, 개그콘서트의 동혁이 형 코너는 현실보다 더 진지한 관조(?)의 시간이 된다. 이미 성대사랑 등에서 많은 학우들의 심각한 문제인식에 대해 공감대가 이뤄진 것 같다. 회장을 제외한 나머지 총학생회원들은 임시비상기구를 세워 문제점을 알리고 다른 성대생 학우들과 연대하며 회장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가장 이상적인 것은 스스로의 사퇴로 마무리 짓는 것인데 끝까지 권력과 명예에 집착해서 상황을 갈수록 크게 만들고 악화시킨다.

하지만 우리 스스로 한번 생각해보자. 얼마나 우리가 총학생회의 활동에 관심을 가지고, 조언을 해주며 비판적 거리를 유지해 왔는가. 그러면서 이번 사건을 너무 확대해석해서 회장을 마녀사냥 하듯 몰아붙여선 안 된다. 그러러면 먼저 우리 스스로 반성해보는 진지한 시간이 필요하며 또한 회장 스스로의 자진사퇴가 평화적 귀결이 될 것이다. 사회의 불합리와 부조리를 따끔하게 혼내며 누구보다 샤우팅을 사랑하는 동혁이 형은 말한다. “학교 돈이 네 지갑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