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티(SETI)

기자명 이성준 기자 (ssjj515@skku.edu)

1982년 개봉한 영화 E.T.는 그 해 어느 영화도 따라올 수 없는 흥행돌풍을 일으키며 83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개 부문의 상을 휩쓸었다. 영화의 시청각적인 요소도 물론 뛰어났지만 E.T.가 이토록 조명받은 이유는 그 소재가 외계인이었기 때문이다. 외계 생명체가 실재하는지에 대한 호기심이 영화에 그대로 투영됐으며 관객들은 이에 열광했다.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의문을 품고 있는 외계인의 존재여부를 밝히기 위해 수많은 방법이 제시돼왔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전문가나 일반인 모두에게 관심을 받고 있는 수단이 있으니, 바로 세티(SETI) 프로젝트다.

현대 과학기술을 통해 외계 생명체를 찾는 방법은 다양하다. 탐사위성으로부터 얻은 사진을 분석할 수도 있으며 직접 행성의 토양을 분석해 알아낼 수도 있다. 이와 같은 방법이 단순히 생명체를 찾는 것에 불과한 반면 세티 프로젝트는 외계의 ‘지적’ 생명체를 찾는다는 특징을 갖는다. 수백광년 밖 외계에서 흘러나오는 전파를 탐지함으로써 외계인의 존재를 가늠하는 세티 프로젝트는 1959년 네이처지에 실린 후 많은 이들의 호응을 받았다. 과연 이들이 전파를 통해 외계문명을 찾으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미생물이나 동물 정도를 넘어 인간과 비슷한 수준의 문명을 가진 외계인이라면 분명 어떤 방법으로든 서로 통신할 것이라 가정한다. 따라서 통신과정에서 발생하는 인공적인 전파를 잡아내는 일이 곧 외계문명권의 존재를 증명하는 것이라고 그들은 주장한다. 실제로 우리가 통신할 때도 필연적으로 전파가 발생해 지구 밖으로 송출되고 있기도 하다. 이런 이론을 바탕으로 과학자들은 외계인이 존재할 가능성이 높은 행성의 방향으로 안테나를 설치해 전파를 수집하고 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아직까지 외계에서 흘러나온 전파가 기록된 사례는 없다. 1977년 천문학자 제리 에흐먼이 72초 간 강한 전파를 기록한 적이 있으나 그 후로 전파가 다시 나타나지 않았고 ,타 연구 방법을 적용했을 때 그곳에 어떤 생명체도 발견되지 않아 공식적으로 인정되지 못했다.

최근에는 문명의 흔적을 찾기 위해 보다 다양한 방법이 동원되고 있다. 우선 전파 수집에서 한 걸음 나아가 가시광선을 수집하는 유형이 있는데, 이는 인공적으로 발생한 가시광선이 자연적인 빛에 비해 주기가 짧다는 사실에 착안했다. 이제 전파와 가시광선, 두 가지 자료로부터 외계 문명을 추적하는 것이다. 또 일반인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세티 앳 홈(SETI @ Home) 프로젝트도 널리 사용되고 있다. 이는 프로젝트에 참여한 pc사용자들이 컴퓨터를 사용하지 않는 동안 남는 전산자원을 사용해 외계에서 온 전파를 분석하는 방법이다. 외계인의 존재 여부에 궁금증을 갖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참여 가능해 전 세계적으로 수백만 명이 참여하고 있다. 한국에서 세티 앳 홈에 참여하는 최주원 씨는 “외계인이 실제 존재하는지 무척 궁금해 이 일을 시작했다”며 “작은 힘이지만 외계인을 찾는 데 많은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최 씨와 같은 사람이 모이고 모여 힘을 보탠다면 슈퍼컴퓨터가 계산할 수 있는 전파도 분석 가능하다.

한편 한국에서도 외계 문명을 찾기 위해 본격적으로 세티 프로젝트에 동참했다. 지난해부터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과 연세대 연구팀이 외계에서 들어오는 전파를 분석하는 알고리즘을 만들어 관련인들의 호응을 얻었다. 이밖에도 △서울 △울산 △제주에 전파망원경을 설치해 외계의 신호를 수집하고 있으며 지난해 10월 세티 워크숍을 개최하기도 했다.
지구 밖 머나먼 우주에 존재하는 문명을 찾으려는 시도 세티 프로젝트. 한 사람 한 사람의 컴퓨터와 염원이 모여 외계 생명체를 찾아내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