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현지 기자 (neungson@skku.edu)
새 학기가 시작된 지 이제 한 달. 혹시 아프거나 귀찮다는 이유로 학업에 열중하지 않고 한없이 게을러지고 있지는 않은가? 아픔을 극복하고 자신만의 뚜렷한 목표를 향해 한 발 한 발 내딛는 전현정(자과계열10) 학우를 만나 새내기만의 신선하고 의욕 충만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전 학우는 태아였을 때 양수를 먹은 것이 잘못돼 뇌성마비를 앓게 됐다. 걸을 때가 됐는데도 걷지 못하는 것이 이상해 병원에 갔는데 손이 휘거나 평생 걷지 못할 수도 있다는 청천벽력과 같은 말을 듣게 됐다. 이에 전 학우의 부모님은 보조기구를 착용시키고 물리치료를 받게 함은 물론, 어릴 때부터 피아노, 수영 등을 가르쳐 그녀의 손과 발이 굳지 않게 하려고 노력했다. 또한 장애로 인해 여러 가지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주변의 말에도, 평생 ‘장애’라는 꼬리가 따라붙지 않고 건강한 사람들과 같은 생활을 할 수 있게 하려고 장애 판정을 거부했다.

부모님의 도움으로 최악의 상황은 피할 수 있었고, 부족함 없이 사랑을 받고 자란 전 학우였지만 아픈 다리에 대한 콤플렉스는 여전히 남아있었다. 초등학교 고학년 때는 아는 언니로부터 ‘쩔뚝이’라는 놀림을 들은 적이 있는데, 한창 예민한 시기였던 터라 상처가 됐다. “몸이 아프니까 남들보다 무엇인가 잘하는 게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공부를 열심히 하게 된 것 같아요”라는 전 학우의 말에서 아픈 다리를 극복하기 위해 어릴 적부터 해왔을 고민과 노력이 묻어났다. 전 학우의 특수한 상황과 약점을 넘어서려는 노력은 많은 사람이 인정할 정도여서, 전인적 소양과 성장잠재력을 가진 사람들에게 수여되는 2008년 충남지역 대한민국 인재상을 받기도 했다. 그녀는 또한 자신의 아픔을 어렵게 사는 다른 이들에 대한 관심으로 돌렸다. 매달 아프리카 어린이에게 3만 원씩을 후원하고, 정기적으로 봉사활동도 하고 있다. 조만간 물이 부족한 마을에 우물을 만들 수 있도록 1백50만 원 상당의 후원금도 보낼 것이다.

전 학우는 자신의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시작한 공부에서 우연히 진로를 찾게 됐다. 선생님을 좋아해 특별히 관심을 쏟았던 화학 과목에서 탄소화합물에 대해 다루는 유기화학의 매력을 알게 된 것이다. 시중에 나온 문제집은 안 풀어 본 것이 없을 정도로 화학에 대한 열망이 강했다. 그 결과 고등학교 재학 내내 화학은 1등을 놓쳐본 적이 없었다. 2008 신동엽 추모 백일장 산문부 장원과 2008 봉사활동 체험수기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받을 만큼 글쓰기에 소질이 있어 전 학우에게 인문계열로 진학하라는 주변의 권유가 많았지만 자연계열을 선택했다. “수학에 자신이 없어서 자연계로 진로를 정하기가 쉽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제가 좋아하는 화학을 못하게 되는 건 싫었어요”라는 말에서 화학에 대한 남다른 열정이 엿보였다.

부모님의 사랑, 다른 이들에 대한 따뜻한 시선, 화학에 대한 열정. 이 세 가지가 어우러져 만들어진 전 학우의 꿈은 신약을 개발하는 연구원이 되는 것이다.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저는 제가 좋아하는 화학을 통해 사람들에게 힘이 되고 싶어요.”라고 말하는 전 학우는 ‘사랑스러운 사람이 되자’라는 그녀의 좌우명이 무색하게도 이미 사랑스러운 얼굴을 갖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