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고두리 기자 (doori0914@skku.edu)

어딘가 모르게 조심스러웠다. “혹여나 새터민에 대한 저희의 개인적인 생각이 그분들에게 실례가 되지 않을까 해요”라는 이들의 말 속에서 새터민을 위하는 진정한 마음이 느껴졌다. 그들의 깊은 상처를 건드리지 않으면서도 따뜻한 손길을 건네는 우리 학교 정치외교학과 새터민 봉사 소모임, 파닥파닥을 만났다. 

파닥파닥은 정치외교학과 전공생과 부전공생들로 이뤄진 새터민 봉사 소모임이다. 새터민들이 새로운 사회에 정착해 널리 비상하길 바라는 마음에 ‘파닥파닥’이라는 이름을 짓게 됐다고 한다. 작년에 신설된 이 모임은 처음에 5명으로 시작해 현재 2기 활동까지 마친 상태다. 파닥파닥의 창립자인 이지윤(정외08) 학우에게 모임을 만들게 된 계기를 묻자 “과 선배 중에 새터민 대안학교 출신이 있어서 관심을 갖게 됐다”며 “그 곳의 자원봉사자가 부족한 것을 보고 도울 방법을 생각하다가 모임을 구성하게 됐다”고 말했다.

파닥파닥은 매주 화요일마다 새터민 학교 ‘셋넷학교’에 가서 검정고시 준비를 하는 새터민을 위해 수학과 영어를 가르치고 있다. 탈북과정에서 학습 공백이 생긴 새터민들이 공부에 흥미를 느끼고, 이들이 남한 사회에 대해 신뢰를 쌓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파닥파닥의 목표다. 회장인 임성규(정외06) 학우는 “우리와 다를 거라는 생각은 괜한 걱정”이라며 새터민에 대한 사람들의 편견에 대해 안타까워했다.

파닥파닥은 북한 문화에 대한 이질감을 줄이고, 새터민들의 아픔을 함께하기 위해 지난해 자선파티를 열었다. 그들은 직접 북한 요리책을 보고 음식을 만들고, 사람들에게 북한의 노래를 들려주기도 했다. 이들의 진실한 마음은 그대로 수익금 기부로 이어졌다. 많은 돈은 아니었지만, 자선파티를 통해 번 수익금을 셋넷학교 졸업식에서 장학금으로 전달했다. 졸업식은 서울역을 출발해 임진각, 도라산으로 향하는 열차 위에서 열렸다. “조금만 더 가면 바로 북한 땅이었는데, 정말 기분이 묘하더라고요”라며 이 학우는 그날의 감동을 잊지 못했다. 졸업생들의 앞날에 축하를 보내는 한편 분단의 현장에서 다시 한 번 통일을 염원했던 자리였다.

파닥파닥은 셋넷학교에서 새터민들의 공부를 돕는 것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매주 북한과 국제정세에 대해 세미나를 연다. 임 학우는 “탈북자 문제를 다룬 영화 ‘크로싱’을 보고 나서 한동안 탈북과정에서 그들이 겪는 어려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학우 역시 “우리가 정치를 공부하는 학생으로서 이러한 고민을 함께 논의해봐야 하지 않을까”해서 세미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열정으로 이들은 지난해 우리 학교에서 열린 사회과학부 스터디 공모전에서 당당히 3위를 차지했다. 신생 스터디임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세미나는 어느 스터디보다 뜻있는 주제를 다뤘기에 상위권에 오를 수 있었다.

새터민이 남한 사회에서 겪는 차별과 편견은 여전히 존재한다. 정치외교학을 복수전공하는 김하얀(식품06) 학우는 “우리가 그들의 문제를 어떠한 것이라고 단정 짓는 건 소용이 없다”며 “가장 중요한 건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그들이 진정으로 무엇을 원하는지를 아는 일”이라고 말했다. 파닥파닥은 많은 것을 바라지 않는다. 단지 새터민들의 삶이 하루빨리 나아지길 바라는 마음이다. 모임이 더 큰 규모로 뻗어지기보다는 소규모로 운영돼 진실한 마음을 전달하는 것이 더 행복하다는 그들. 새터민의 비상을 돕는 이들의 날갯짓도 더욱더 힘차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