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도시' 이중재 대표 인터뷰

기자명 이은지 기자 (kafkaesk@skku.edu)

‘지금은 콘셉트를 잡는 거잖아. 동네 역사로 숫자에 따른 의미를 부여할 수도 있는 거지. 워크숍을 개최할 수도 있고, 홈페이지를 개설할 수도 있어. 아님 조형물로 봐서 LED에 뿌릴 수도 있는 거지.’ 종로구 명륜동에 위치한 ‘내일의 도시’ 사무실 회의 정경. 이곳에선 대안적인 도시 문화에 대한 생각이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었다. ‘우리에게 어제의 도시란 무엇인가. 오늘의 도시는 내일의 도시에 무엇으로 남게 될 것인가’.

■‘내일의 도시’의 중심 사업인 도시경관기록사업에 대해 설명해 달라

■‘내일의 도시’의 중심 사업인 도시경관기록사업에 대해 설명해 달라

 

우리 도시는 많이 바뀐다. 숨 돌릴 틈 없이 바뀌어서 기억이고 할 게 없다. 어떤 건물이 있다고 치자. 이것이 언제 세워졌고 역사는 어떠한가 탐구해 볼 틈도 없다. 포크레인이 툭 치면 그걸로 끝이 된다. 오래된 무엇을 탐구할 틈도 없이 뭉개버리니까, 기록부터 하자는 것이다. 이처럼 기록은 수단이고 서울이라는 도시를 조금 더 아름다운 도시로 만들겠다는 것이 목적이다. 우리만의 독특한 도시 미학이 있다면 도시 정책에 반영하고 미학을 제시하는 것이다. 무엇을 바꾼다는 것은 쉬운 문제가 아니다. 그것과 관련된 수많은 시간까지 뒤집어엎는 것이다. 사실 시간만큼 위대한 것이 없다. 자개장이 비가 오면 꼬리꼬리한 냄새가 나기 마련인데, 이런 것이 전근대적인 것의 상징이다. 이런 상징이 사라지는 것까지 감당할 수 있는 것만이 바뀔 수 있다.

■도시의 모두를 현상 유지하자는 말로 착각하는 이들도 있을 텐데
우리나라에는 생각보다 보존할 것이 많이 남아 있지는 않다. 일단 서울의 도시화가 일제에 의해 진행됐으며, 이 또한 모두 그들의 이익에 맞게 파괴하고 개발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 이 상태를 남기자는 것은 현명한 답이 아니다. 우리가 지향하는 바를 쉽게 말하자면 이런 것이다. 이 나이 먹도록 엄마가 입을 옷을 항상 골라줬다고 치자. 그런데 갑자기 엄마가 ‘네 옷은 네가 골라 입으라’고 선언했다. 그래서 처음에 당신이 생각한 것이 잡지이다. 거기에 나오는 유행하는 옷들을 예쁜 옷이면 다 사들이는 것이다. 우리의 활동은, 이런 상황에서 급하게 남 따라 입지 말고 잠깐 생각해보자는 것이다. 내게 맞는 옷이 무엇인지, 내 체형이 머리가 큰지 다리가 긴지 말이다. 

■그렇다면 서울에 맞는 옷은 어떤 것일까
서울은 독특한 도시이다. 우선 산이 있다. 산을 끼고 발달한 도시 중에 이만한 규모의 도시가 없다. 내가 생각하기에 좋은 도시는 땅의 모양이 어떤 곳인지 찾아낼 수 있는 도시이다. 광화문 한복판에 섰다고 치자. △북악산 △남산 △낙산 △인왕산 이렇게 4대 산에 둘러싸인 도시, 서울에서는 산이 보여야 한다. 서울이 수도가 된 연원을 살펴보면 이 같은 네 개의 산을 계산에 넣지 않았을 리가 없지 않은가. 문화도시라는 것은 무엇인가? 문화도시는 먹고 사는 것, 일자리 등보다도 문화를 앞세운 도시이다. 그런 도시를 표방한다면, 조금 더 걷더라도, 차로 다니기 힘들더라도, 낡았더라도 가치가 있다면 우선시하는 것이 문화도시이다.

■학생들이 자신이 사는 터전에 녹아있는 삶의 흔적을 어떻게 접근하고 실천할 수 있는가
‘나는 뭐부터 하면 좋겠습니까?’하는 질문인데, 좋으면서도 어려운 질문이다(웃음). 우선, 작게는 우리 학교, 내 집이 10년 전엔 어떤 곳이었는지 찾아보라. 예컨대, 잠실이 뽕밭이었기 때문에 ‘누에 잠(蠶)’자가 들어간다는 사실은 알 것이다. 서울에 있는 또 하나의 잠은 잠원인데, 이 두 지명은 누에처럼 생긴 남산에 먹이를 주기 위해 그렇게 지어진 이름이다. 지금 들으면 실소가 나오는 발상일지 모르지만, 우리네 조상들은 그랬다. 사실 보면 우리가 지금 이성적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훗날에는 비이성적인 것이 될 수 있다. 또 실천할 수 있는 것이 앞서 언급한 4개의 산에 올라가 서울의 모습을 보는 것이다. 서울을 아름답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뉴욕이 높은 빌딩이라 하면 파리는 에펠탑. 우리나라의 멋이 우뚝 솟은 빌딩은 아니지 않은가.

■올해 전개될 북아현동 도시경관기록사업을 전망하자면
작년에 이어 보다 더 주민들이 스스로 기를 펼 수 있도록 북돋을 것이다. 도시경관기록사업의 주체는 그곳에 사는 사람이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가 벌이는 활동은 캠페인의 성격을 지닌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제2의 북아현, 제3의 북아현이 생길 수도 있고 그러지 않을 수도 있다. 우리가 사회에 하는 역할은 이런 것에 대한 지침, 경고, 화두를 던지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자원활동가나 자원기록자(아키비스트)들은 자신의 동네도 다시금 볼 수 있는 것 아닌가. 이와 더불어 대표적인 가옥을 남겨서 생활사 박물관으로 유지할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

‘내일의 도시’는?
비영리 민간단체 ‘내일의 도시’는 도시공간문화에 대한 대안을 연구하며, 시민문화운동을 통해 문화적 관점에서 그 길을 찾고자 한다. 이 단체는 2006년, 재개발로 인해 쉽사리 사라져버릴 수 있는 ‘우리 삶터와 일상의 모습’을 기록하여 지역 공동유산으로 남기고자 ‘시티 프로젝트(Cityscape Trust)’라는 이름의 도시경관기록보존사업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