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은지 문화부장 (kafkaesk@skku.edu)

인사캠 총학생회가 잡음을 빚고 있는 현재, 다른 학생자치기구들의 위상이 더욱 빛을 발한다. 아니, 어찌 보면 그들의 어깨엔 더 큰 책임감이라는 짐이 지워진 형세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각 단과대에 꼭 맞는 요구를 밀접하게 들어내고 학우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단과대 학생회. 여기에 (여)학생들의 불편함을 듣고 문제를 개선하는 대표자 역할로서, 진정 함께 하는 공동체를 위해 고민하는 총여학생회와 살아있는 대학 문화를 만드는 동아리인들의 장, 동아리연합회 등은 빼놓을 수 없는 자치기구이다.

물론 각 단과대나 자치기구는 특정 범위의 학우들을 대표해 ‘범학우적’ 관심을 끌기는 어렵다. 이처럼 학생자치기구 대표자 선거는 총학생회 선거보다야 규모도 작고 범위도 좁다. 그러나 오히려 그 중요성은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다. 단과대 선거와 총학 선거의 관계를 현실 정치에 견주자면 대통령 선거가 총학선거고, 단과대 선거가 지방 선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관계에 대입해보면 단과대 선거는 풀뿌리 민주주의, 민주주의의 학교 등의 가치를 지니며, 중앙 총학생회와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학생자치성을 증진시킬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간 우리 신문에서는 지난 2003년에 단과대 학생회장 당선자들을 짧게 인터뷰한 기사를 제외하면 총학선거에 관심을 집중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경향에서 벗어나 지난해 11월과 12월, 제1472호와 제1473호의 지면을 빌어 단과대 및 자치기구 선거 대표자 인터뷰가 독자들을 찾아갔다. 이를 통해 각 단과대에 속한 학우들이 내년을 가늠해보는 한편, 학생자치 전반에 대한 학우들의 관심을 이끌어낼 수 있도록 했다. 이번 호 신문의 인터뷰 또한 지난 기사들에 이어서 기획된 것. 지난 학기에 지면의 한계 및 발간 일정상 미처 만나보지 못했던 회장(△자연과학부 △스포츠과학부 △약학부 △예술학부) 및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종료하고 드디어 빛을 보게 된 회장(△유학동양학부 △생활과학부 △인사캠 동아리연합회)들의 못다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여러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그들의 인간적인 면모에 감복한 적도, 각 자치기구가 마주하고 있는 산적한 현안에 대해 함께 답답해한 적도 있었다. 많은 얘기가 나온 중 그들이 무엇보다 공통적인 문제로 지적하는 것은 ‘소통’이었다. 작년에 소통이라는 단어가 유행어처럼 범람하면서, 무수한 이들의 입에 단어만 오르내렸을 뿐 막상 실체를 접한 적은 없는 것 같다. 이 때문에 소통 자체의 의미가 도리어 반감된 지금이지만, 그들은 정말로 절실했다. 학생회를 나와는 상관없는 것으로 여기며 무심한 눈초리를 보내는 학우들. 하나의 단과대 내에서도 학우들이 가전공, 실전공 여부에 따라 정체성이 규정되고 보이지 않는 장벽마저 세워진다는 말. 대표라는 자리를 떠나서 자신이 아끼며 갈고닦는 터전을 지키고자 하는 절절한 안타까움이 배어 있었다.

이번 기획을 마치며 아쉬운 점이 있다. 우선 인사캠 총여학생회와 경제학부의 대표자를 만나지 못한 것. 그들의 공석이 속히 어떤 형태로든 채워지길 바란다. 또 우리 기사에서는 다루지 못했지만, 총예비역졸업준비학생위원회나 각 과의 대표, 여러 동아리 대표 등도 소중한 학생자치기구 대표들이다. 성대신문에서는 직접 이야기를 들어본 학생자치기구는 물론, 기사에서 다루지 않은 기구들의 동정과 사업 이행에 대해서도 점차 보도를 늘려갈 계획이다. 관심을 갖고 지켜봐달라는 그들의 힘을 북돋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이번 기사들이 초석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으면 더할 나위가 없겠다.

자치기구 대표들은 공통적으로 자신들이 보통 학우들과 다른 점은 전혀 없다고 말한다. 낮은 위치에서 학우들과 함께 ‘발맞춰’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자리로 기능하길 바라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언제라도 손 뻗으면 닿을 학내자치기구, 그들과 튼튼한 우정을 쌓아보는 것은 어떨까. 에둘린 편견 따윈 집어치우고 용기를 내자. 이것이 학생회의 뼈대를 세우는 일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