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환(문정06)

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고려대학교 3학년 김예슬 양의 대자보로 지난달 대학가는 후끈 달아올랐다. 대자보 3장에 김양은 자신의 생각과 신념을 토해냈고, 이는 모 일간지 1면에 실렸다. 김양의 대자보는 순식간에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고 성대사랑 게시판에도 15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려 활발한 토론분위기가 형성됐다. 대자보의 힘이다.

아이러니 하게도, 인터넷 시대에 살고 있는 대학생들에게 대자보는 종이 이상의 의미로 다가온다. 대자보는 학우들을 이어주는 편지요, 의사소통의 매개체다. 동아리 홍보글, 학생회 홍보글, 각종 행사글, 사물함 분양글들을 통해 학우들은 필요한 정보를 얻고, 함께 공유할 수 있다. 종이위에 자필로 쓰인 글씨도 정겹다. 컴퓨터로 대표되는 반듯한 글씨와 달리 삐뚤빼뚤한 인간다움의 모습이다. 대자보의 힘은 인간다움과 소통, 정겨움에서 나오는 셈이다.

이처럼 즐거운 내용만 대자보에 실리지는 않는다. 학우들이 잘 몰랐던 사실이나 진실이 핵폭탄처럼 쾅하고 공개되는 장이 대자보다. 김예슬 양의 대자보는 취업에 지쳐 꿈과 본질을 잊고 살아가는 자신의 모습에 대해 개탄하며, 사회의 부조리를 논하고 있다. 누구나 목표로 삶는 성공의 진실을 파헤치며 자신의 참 모습을 찾겠다는 핵폭탄급 선언은 그 자체가 우리에게 충격으로 다가왔다. 이렇듯 작은 종이위에 인생과 철학, 미래를 논하는 대자보는 대학생들만의 특권인지도 모르겠다.

지난달 최은원 인사캠 총학생회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대자보가 붙었다. 아이팟과 위조된 영수증의 진실이 핵폭탄처럼 드러났다. 더하기 총학이 당선되기까지 이런저런 우여곡절이 많았다. 그 자리가 얼마나 가치 있고 책임감이 막중한 자리인지 깨달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든다. 출범한지 얼마 되지도 않아 터진 사건에 혼란스럽다. 이미 다른 언론에서도 학생회 문제가 언급돼 학교 이미지에도 커다란 악영향을 끼쳤다. 총학에 대한 학생들의 불신은 극에 달한 상태다. 빠른 원인 분석과 진실 파악으로 현명한 대처가 필요하다. 최은원 학생회장도 더 이상 회피하지 말고 자신의 입장을 명확히 밝히고, 학우들의 질문에 성실히 답변해야 한다. 잘못을 했다면 책임을 지고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이제 곧 이번 사태가 잘 마무리 됐다는 대자보를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