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보완적 관계 맺어… 해결해야 할 난제 남아

기자명 이성준 기자 (ssjj515@skku.edu)

당신은 몸이 아프거나 병에 걸렸을 때 한의학과 서양의학, 둘 중 어떤 진료 방법을 택하는가. 어떤 이는 한의원에서, 또 다른 이는 병원에서 자신의 병을 고치고자 한다. 왜 아픈 사람을 치료하는 곳이 두 가지로 나뉘어 있을까. 두 의학의 조화는 불가능한 것인지, 어떤 가능성을 내포하는 지 살펴보도록 하자.


고대 중국으로부터 오랜 세월 내려온 한의학 및 동양의학이 환자 진료의 주류를 이루고 있던 조선 말, 다양한 서구문물과 함께 서양의 의학기술도 조선에 상륙했다. 역사상 서양의학이 처음으로 기록에 등장한 것은 지석영이 우두법을 도입한 사건이다. 천연두 환자의 고름을 이용해 일종의 예방접종을 실시하던 조선인들에게 병에 걸린 소의 고름을 사용하는 우두법은 당시 충격적인 방법이었다. 하지만 우두법이 천연두에 탁월한 효능을 보이자 이는 조선 팔도 널리 퍼져나갔으며 동시에 서양에서 유입된 의학에 대한 관심도 자연스럽게 높아지게 됐다. 갑신정변이 일어난 바로 직후에는 고종의 신임을 바탕으로 미국인 선교사 알렌이 광혜원을 설치하면서 민중들이 서양의학을 접하기가 한결 쉬워졌다. 그 후 광혜원은 제중원, 대한의원 등으로 변모하며 조선에 뿌리를 내렸다.

하지만 한의학이 굳건히 자리를 지키던 조선의 실정에 서양의 의술은 낯섦 그 자체였다. 심신일원(心身一元)사상과 음양오행설을 기초로 발전한 한의학은 정신과 육체를 하나로 보며 온 몸의 조화 및 기의 흐름을 중시했다. 반면 서양의학은 심신이원론을 주장하며 인체를 물질적으로 나눠 살폈다. 완전히 상반되는 사상으로 틀을 다진 서양의학이 조선의 학자들에게 인정받을 수 없었던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이와 같이 다소 부정적인 상황에서 서양의학의 도입을 주장한 학자들은 반감을 최소화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였다. 한의학과 경쟁해 서양의학의 승리를 쟁취하려 하기보다는 이 둘의 조화를 위한 길 모색에 힘썼다. 특히 처음 도입될 당시에는 어떻게 하면 한의학과 함께 쓰일 수 있는 지에 대한 연구가 지속됐으며 이 같은 움직임은 그 후에도 이어졌다. 뿐만 아니라 경성의학교에서는 한의학 의원들도 그곳의 선생으로 임명해 한ㆍ양의학을 함께 가르쳐 두 의학의 부족한 부분을 서로 메우도록 했다.

그렇다면 두 의학을 혼용하는 것이 과연 단지 낯선 의학의 토착화에만 영향을 준 것일까. 한의학과 서양의학을 함께 진료에 사용하고 있는 동서신의학병원의 한 관계자는 “이 둘을 함께 환자의 치료에 적용할 경우 다양한 긍정적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전했다. 수술을 진행하기에 앞서 침을 놓거나 뜸을 활용한다면 통증과 증상 완화를 도와준다는 점을 한 예로 들 수 있다. 여기에 이 두 분야의 조화는 몸 전체의 균형을 유지하면서 질병 치료를 가능하게 하는 효과까지 발휘한다. 오랜 투병생활로 인해 환자가 겪게 되는 체력 저하나 면역력 상실 또한 한의학의 힘을 빌려 회복할 수 있어, 서로 상호보완적인 관계를 맺는다.

그렇다고 해서 두 의학의 만남 앞에 장애물이 없지는 않다. 관계자는 “모든 질병이나 상황에 이 둘을 혼용하기는 힘들다”고 전했다. 즉 두 방식의 조화에 대해 충분한 검토를 거치지 않고 처방한다면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다. 따라서 섣부른 진료와 처방을 지양해 부작용 발생의 가능성을 최소화해야 한다. 이 같은 한계점만 잘 극복된다면 두 의학의 혼용이 보다 보편화되는 미래도 전망할 수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현 한국 의학계에서는 이에 대한 인식이 과거 개화기와 비교했을 때도 낮은 수준이다. 한의학과 서양의학을 함께 가르치거나 연구하는 연구기관은 극소수에 불과하며, 필요성의 자각 또한 해외에 비해 낮은 실정이다. 가까운 일본을 비롯해 미국 및 유럽과 같은 국가에서 활발히 연구되고 있는 것과 비교했을 때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현 한국 의학의 두 축을 이루고 있는 서양의학과 한의학. 충분한 연구와 조사가 선행되면 둘의 조화는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이 두 분야가 어떤 변화를 가져올 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