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투어리즘

기자명 김영인 기자 (youngin09@skku.edu)

“한 사람이 여행할 때, 하루 평균 3.5kg의 쓰레기를 남기고 남부 아프리카인보다 30배 많은 전기를 쓰고, 인도의 오성급 호텔 하나가 인근 다섯 마을이 쓸 물을 소비하고 있었다”  - 책 『희망을 여행하라』中 -

적당한 가격의 여행상품을 선택해 휴양지로 떠나는 관광. 즐거움과 휴식을 위한 나의 여행이 누군가의 착취와 고통을 담보로 했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장밋빛 미래를 약속했던 관광 개발은 오히려 그 지역주민의 생계 터전인 바다와 땅을 뺏고, 그들을 호텔의 일용직으로 만들었다.

이처럼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여행은 관광지의 환경을 파괴하고, 지역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런 상황에 대한 문제 제기와 함께 친환경적 방법을 통해 여행객과 관광지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새로운 관광형태가 등장했다. 바로 에코투어리즘(Eco-tourism)이다. 환경을 뜻하는 ‘Ecology’와 여행을 의미하는 ‘Tourism’의 합성어인 이 단어는 환경 피해를 최대한 억제하면서 자연을 관찰하고 이해하며 즐기는 여행 방식이나 문화를 가르킨다. 관광의 경제적 이익을 위한 무분별한 개발과 이로 인한 전 지구적 자연파괴가 늘어나자 유럽을 중심으로 에코투어리즘에 대한 관심이 생겼고, 최근 들어 국내에서도 새로운 여행의 한 형태로 자리 잡고 있다.

에코투어리즘의 등장과 함께 국립공원관광이나 각종 여행사의 에코투어 프로그램이 다양해지고 있다. 실제로 이런 프로그램을 통해 과거 문제가 발생했던 환경을 다시 찾아 자연 스스로의 치유능력에 대해 배우고, 그 지역 사람들과의 인간적 관계를 쌓을 수 있다. 맛있는 것을 먹거나 기념품을 잔뜩 가져오는 기존의 여행과는 다르지만, 최근 그 성격에 공감하는 사람이 늘어 다양한 연령층의 참여가 활발하다. 이와 관련 에코투어 프로그램이 활성화된 국립공원관광의 한 담당자는 “산의 정상을 정복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하던 기존과 달리 평소에는 관심 두지 않던 저지대의 환경과 그 지역 사람들에게도 눈을 돌렸다”고 말했다. 한편에서는 다양한 에코투어 프로그램의 등장에 대해 진정한 의미 추구보다는 소비자들의 선호도에 맞춰 여행사가 급히 짜깁기한 여행상품이라는 비판도 있다. 이런 모습 역시 국내에서 에코투어리즘이 제대로 자리 잡기 위해 우리가 해결해가야 할 과제다.

단순히 정해진 코스대로 여행을 가는 것뿐 아니라 어떤 여행에서라도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쉽게 에코투어를 경험할 수 있다. 국제에코투어리즘협회에 따르면 자연친화적인 여행 일정을 직접 짜거나, 그 지역의 자연환경이나 문화, 풍습을 잘 아는 현지 안내자와 함께 여행하는 것. 동식물을 함부로 건드리지 않고 전기와 물을 아껴 쓰는 것 또한 에코투어리즘의 작은 실천 방법이 될 수 있다. 지난 여름 필리핀으로 에코투어를 다녀온 대학생 최상윤 씨는 “처음에는 당연히 제공될 줄 알았던 물조차 부족해서 놀랐다”며 “그러나 한 번의 샤워를 참으면 그 지역 사람들이 충분히 물을 마실 수 있음을 알게 돼 그 불편도 기쁘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고 밝혔다.

에코투어리즘은 결코 거창한 것이 아니다. 자신의 몸과 마음만 챙기는 이기적인 즐거움이 아니라 몸이 조금은 불편해도 마음이 몇 배는 더 편안해지는, 착한 여행일 뿐이다. 누군가만을 배려하는 것이 아닌, 나 자신의 정신적 만족을 위한 책임여행이기도 하다. 오는 주말, 나와 모두를 위한 여행을 떠나보는 것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