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크로네이션(Micro nation)

기자명 이성준 기자 (ssjj515@skku.edu)

얼마 전 한 개그 프로그램에 ‘뿌레땅 뿌르국’이라는 코너가 인기를 끈 적이 있다. 코미디언 세 명이 무인도에 나라를 만들어 익살스럽게 이끌어가는 모습에서 시청자들은 재미를 느끼기도 하면서 ‘나도 나만의 나라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해봤을 것이다. 실제로 이 같은 국가가 존재한다면 믿을 수 있겠는가. 이는 바로 현재 지구 곳곳에 120여 개나 존재하는 초소형 국민체, 미래 학자들에게 주목받고 있는 마이크로네이션(Micro nation)이다.

마이크로네이션이란 한 국가의 내ㆍ외부에 자신만의 또 다른 국가를 세워 활동하는 초소형 국가를 의미한다. 국가의 기본 요소인 △영토 △주권 △국민을 갖춰야 한다는 기준 외 국가설립에 대한 세부적인 기준은 아직 명시돼 있지 않다. 다만 UN에서 재정한 △유엔 헌장ㆍ유럽안보협력회의 최종 합의문서ㆍ파리 헌장 내용 이행 △유럽안보협력회의에서 동의한 대로 소수민족ㆍ집단에 대한 권리 보장 △상호간의 평화로운 협정을 통한 국경 변경 △공공의 합의에 의한 지역 분쟁 해결 등을 그 대신으로 하고 있다. 국가의 요소와 제시된 원칙 정도만 만족시킨다면 누구나 자신만의 국가 만들기가 가능하다.

최초의 마이크로네이션은 1967년 영국 서퍽주 해안 영해 밖에 건국된 시랜드(Sealand)다. 세계 2차 대전 당시 축조된 인공 건축물을 영국 소령 출신 페디 로이 베이츠가 점령한 후, 국호를 시랜드라 하고 자신을 로이 1세라 부르며 건국을 선포했다. 또 최근에는 런던의 15세 소년 오스틴이 자신의 집 뒷마당에 오스티네시아(Austena sia)라는 나라를 만들어 활동해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시랜드 전(全) 영토의 모습


하지만 이 같은 나라들이 공식적인 국가로 인정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다. 시랜드가 영해 밖에 존재하기 때문에 영국 법의 효력을 받지 않는다고는 하지만, 영국과 그 주변국들은 시랜드를 하나의 국가로 바라보지 않는다. 또 오스티네시아의 총리이자 건국자인 오스틴도 영국의 고든 브라운 총리에게 국가로 인정해줄 것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으나 답신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이들을 하나의 독립된 국가로 인정하게 되면 세금을 내지 않기 위해 나라를 만들거나, 반인륜적 행위를 법으로 재정해 법질서를 혼란스럽게 만드는 등의 일이 발생할 수 있다고 담당자들은 지적한다. 또 대부분의 사람들은 마이크로네이션을 단순히 어이없는 장난 정도로 볼뿐 별다른 관심을 갖지 않는다.

그렇다면 왜 학자들은 마이크로네이션에 관심을 갖는 것일까. 이들은 초소형 국민체가 내포하고 있는 가능성을 꿰뚫어 봤다. 물론 장난이나 단순히 현 상황에 대한 불만으로 형성된 나라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마이크로네이션은 새로운 정치적 시도들과 다양한 가치관, 이념의 자유를 추구한다. 이를 통해 보다 다양한 가치관이 균형과 조화를 이룰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할 수 있고, 문제에 대한 실마리 또한 발견할 수 있다.

미국의 발전과정을 살펴봤을 때 마이크로네이션은 큰 의의를 갖는다. 과거 유럽에서 종교적이거나 정치적으로 기존과 다른 견해를 갖고 있던 학자들은 신대륙, 아메리카에 둥지를 틀고 그곳에서의 생활을 시작했다. 그들은 서로의 가치관을 인정해줬으며 나와 다르다고 해서 배격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미국은 다양한 생각이 공존하는 하나의 용광로로 발전했고 가장 개방적인 사회, 다양한 학문과 사상이 발전할 수 있는 국가로 성장했다. 이런 측면에서 봤을 때 마이크로네이션도 미국의 뒤를 이을 가능성이 크다. 이들은 생각이 맞는 사람들끼리 모였다고 해도 타국을 배척하지 않는다. 오히려 다른 나라와 연합회를 만들고 자신들끼리의 행사도 주선하며 조화를 꿈꾸고 있다.

이처럼 발전적인 요소를 두루 갖춘 마이크로네이션이 앞으로 지속적인 발전을 거듭한다면, 국가에 대한 개념과 범위는 보다 다양하게 변모할 것이다. 언젠간 내가 원하는 국가를 선택해 그곳에서 삶을 마음껏 누릴 수 있는 시대가 오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