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교실이 돌아왔다』 리뷰

기자명 고두리 기자 (doori0914@skku.edu)

길들여진다는 것, 어떤 일에 익숙해져버린다는 건 정말 무서운 일이다. 오늘날 대학생이 무언가에 길들여졌다면, 그 무언가는 바로 주입식 대학수업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언제부턴가 대학생은 교수의 말만 받아 적고 달달 외우기만 하면 되는, 소위 학점 잘 딸 수 있는 쉬운 과목을 선호하고 있다. 지금 이들에게 남은 건 과연 무엇인가? 아니, 이들이 잃은 건 과연 무엇인가. 연세대 조한혜정 교수는 “대학이 경쟁과 효율을 강조하면서 학생들이 비슷하게 돼가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한다. 지금 대학생, 우리, 자신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사회를 바라보는 나만의 생각과 시선이다.

여기 서투르지만 자신만의 생각과 열정으로 수업에 참여한 학생들이 있다. 그리고 이들의 수업내용과 결과물을 엮어 책으로 출판했다. 조한혜정 교수와 그의 제자 1백3명이 저자인 『교실이 돌아왔다』와 연세대 류석춘 교수의 수업에서 학생들이 제출한 학기말 보고서를 엮어 편찬한 『대학생들, 대한민국을 다시 보다』이다.

지난 2009년에 출판된 『교실이 돌아왔다』는 조 교수가 2006년에 강의했던 ‘지구촌 시대의 문화인류학’ 수업에 참여한 학생들의 글을 각색한 것이다. 이 책에서 그녀는 학생들에게 ‘대학을 포기하지 마라’는 말을 해주고 싶었다고 한다. 이 수업은 교수와 학생이 강의실에 함께 모여 질문을 던지고 토론을 통해 끝없는 결론에 달려간다. 조 교수는 교실에 대해 “학생들로 하여금 스스로 상상하면서 그것을 자기 몸에 자기 언어로 체화시킬 수 있는 시공간, 즉 창의적 공공지대(creative commons)이다”고 말한다. 학생들이 스스로의 작업과 수업 자체를 평가하면서 ‘소극적 대상’이 아니라 ‘적극적 주체’로 책임을 지고 수업에 참여하게 하는 것이 이 수업의 목표다. 

교수와 학생, 또는 학생과 학생 간 활발한 상호작용의 결과물을 볼 수 있는 또 하나의 책 『대학생들, 대한민국을 다시 보다』는 대학사회 내의 신선한 시도라 할 수 있다. 2008년 류 교수의 ‘발전사회학’을 수강한 43명의 학생 가운데 15명의 학생이 작성한 학기말 보고서를  책으로 엮은 것이다. 학생들의 최종 결과물이라 할 수 있는 학기말 보고서는 대부분 교수에게만 전달되며 이내 어디에 유용하게 쓰이지도 못하고 그 생을 마감하게 되는데, 류 교수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책을 출판한 계기에 대해 “한 학기 온ㆍ오프라인 토론을 통해 공부한 내용을 학생들이 잘 소화해줬으며 이 사실을 보고서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에, 그 성과를 일반 독자들과 공유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 수업은 말 그대로 ‘힘든 수업’이었다. 학생들은 매주 정해진 텍스트를 읽고, 토론의 주제에 대해 개인적인 생각을 정리한 다음 일요일 밤마다 4시간 정도에 걸쳐 사이버 토론을 했다. 류 교수 역시 매번 토론에 참관해 학생들과 갑론을박을 펼쳤으며, 사이버 공간에서 진행된 토론은 강의실까지 이어졌다. 이 수업을 수강한 연세대 박정헌(법학전문대학원10) 씨는 “교수님이 권위적인 모습으로 학생들을 가르쳤다기보다 학생들과 동등한 입장에서 설득하려 했다”고 말했다. 비록 고된 수업이었지만 이들에게 남은 건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었다. 연세대 안슬기(교육07) 학생은 “이 수업을 통해 공부하는 자세가 어때야 하는지를 알게 됐다”며 “끊임없이 연구하고, 다양한 방면으로 현상을 바라보며 논쟁을 두려워하지 않는 태도를 배울 수 있었다”고 이 수업에 대해 소감을 밝혔다. 

두 수업, 두 책의 공통점은 바로 교수의 일방적인 정보전달이 아닌 교수와 학생 간의 활발한 상호작용이 이뤄졌다는 점, 그리고 20대 대학생들만의 시선으로 사회를 바라봤다는 점이다. 답이 정해져 있는 문제에 길들여진 우리는 하루빨리 나만의 시선을 되찾아야한다. 대학수업에서 절대적인 옳고 그름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옳고 그름은 바로 우리 자신의 경험을 통해 만들어진다는 것을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