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욱(컴공) 교수

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최근 IT 분야의 화두는 단연 스마트 폰이다. 작년 후반기서부터 시작된 열풍이 식을 줄 모르고 계속되고 있다. 애플 아이폰의 상륙으로 시작된 스마트 폰은 우리의 생활 방식의 변화까지 몰고 올 것으로 예측된다. 이러한 스마트 폰의 배경에는 소프트웨어가 자리 잡고 있다. 하드웨어가 다른 또 하나의 휴대전화의 등장이 아니라 소프트웨어를 앞세운 휴대전화의 등장이 지금까지 휴대전화의 개념을 변화시키고 있다. 음성, 영상통화의 수준을 뛰어넘는 손 안의 만능 정보기기로서 스마트 폰이 등장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수년 동안 선진국을 포함한 외국의 부러움을 살 만한 IT 강국으로 자리매김해 왔다.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이 2012년까지 미국의 모든 가정에서 100Mbps 초고속 인터넷이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약속을 제시한 것만 보아도 그렇다. 우리나라는 현재 거의 모든 가정에서 이미 100Mbps로 인터넷을 사용하고 있으며 2012년까지의 목표는 1Gbps로 설정되어 있다. 반도체 TV LCD 휴대전화 등 하드웨어 분야의 경쟁력은 세계시장 점유율을 통해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IT 산업은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정보통신서비스로 구성된다. 세계 IT 산업은 2008년 기준으로 하드웨어가 0.8조 달러로 22.4%, 소프트웨어가 1조 달러로 30%를 차지한다. 오히려 소프트웨어 산업의 비중이 더 크다. 정보 통신서비스는 대부분 국내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국제비교는 큰 의미가 없다. 세계 IT 산업은 2002년 소프트웨어가 하드웨어를 앞지르기 시작하여 매년 그 격차를 넓혀가고 있다. 그러나 국내는 사정이 좀 다르다. 국내 IT 총 생산액을 보면 하드웨어가 219조 8천억 원으로 73%이며, 소프트웨어는 24조 8천억 원으로 8%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정보통신서비스이다. 그리고 세계시장과는 반대로 국내 시장에서는 하드웨어가 앞서가며 소프트웨어와의 격차를 더욱 벌려 가고 있다. 이는 하드웨어가 높은 성장률로 앞서가고 있는 동안 소프트웨어가 거의 정체되어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세계 소프트웨어 시장 1조 달러는 2500억 달러인 반도체의 4배, 1700억 달러인 휴대전화의 6배에 이르는 거대 시장으로 세계시장에서 차지하는 우리 소프트웨어의 비율은 20조 원인 1.8%에 불과한 초라한 실정이다.

산업의 경쟁력은 이미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옮겨 왔으며 소프트웨어 비중은 더욱 커질 것이다. 삼성전자의 2009년도 휴대전화 판매 대수는 2억 2천7백만 대로 애플 아이폰 2천5백만 대의 9배이며, 매출액에서도 42.1조원대 17.9조 원으로 월등히 앞선다. 그러나 영업이익에서는 반대로 5조 원대 4조 1천억 원으로 뒤지며 영업이익율에서는 28.8%대 9.8%로 3배 이상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통계는 하드웨어 중심 제품과 소프트웨어 중심 제품의 경쟁력을 단적으로 보여 주고 있다. 제품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것은 소프트웨어다. 산업별 개별 원가 중 소프트웨어의 비중은 통신 54%, 군수 항공 51%, 자동차 52% 등으로 이미 하드웨어 비중을 넘어서고 있으며 고가 고부가 가치의 제품일수록 소프트웨어의 원가 비중이 높아진다.

IT 분야의 세계적인 기업은 대부분 소프트웨어 중심의 기업이다.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애플이 그렇다. 여러분이 부자가 되고 싶다면 당연히 소프트웨어산업에 뛰어들어야 한다. 하드웨어는 소프트웨어나 콘텐츠를 담아내는 그릇이다. 좋은 그릇이 만들어지고 나면 그 그릇에 무엇을 담을 것인가가 중요해 진다. 소프트웨어가 그 그릇에 담길 내용물이다. 그릇 만드는 기술이 발전하여 모든 사람이 만드는 그릇이 비슷비슷해지고 나면 승부는 그릇이 아니라 그 그릇에 담기는 내용물이 된다. 지금까지는 좋은 하드웨어를 만들고 거기에 무엇을 담을 것인가를 고민 해왔다면 이제 그릇에 담을 내용물을 결정하고 거기에 맞는 그릇을 만드는 시대가 왔다. 소프트웨어가 경제 산업을 디자인하고 거기에 맞는 하드웨어와 인프라와 서비스가 결합하여 새로운 산업이 탄생하는 경제의 패러다임의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 이러한 패러다임의 변화를 놓친다면 경제 선진국으로 가는 기회를 놓치는 셈이다. 어찌 소프트웨어를 소홀히 할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