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브이 포 벤데타> 속 소설 <몬테크리스토 백작>

기자명 이은지 기자 (kafkaesk@skku.edu)

날카로운 사이렌 소리와 함께 통금이 발령됩니다. 거리 곳곳에는 카메라와 녹음 장치가 설치돼 시민들을 감시하고 있고요. 어떤 이웃들은 △피부색 △성적 취향 △정치 성향 등이 다르다는 이유로 수용소에 끌려가 잔학한 처벌을 받습니다. 이런 때 정부를 견제해야 할 언론은 대중 심리를 조종하는 프로파간다(Propa ganda)를 끊임없이 내보낼 뿐입니다. 자, 이것이 제3차 세계대전이 일어난 후 2040년 영국의 모습입니다.

영화 <브이 포 벤데타>는 파시즘(전체주의)이 만연한 가상의 영국을 배경으로 합니다. 주인공 V는 아무도 반박하지 않는 모순 덩어리의 체제를 뒤엎고 정의를 재현하려 합니다. 평등 그리고 자유가 단순한 단어가 아니라 국민 누구나가 가질 수 있는 관점임을 알리려 노력하는 것이죠. “국민이 정부를 두려워해선 안 돼. 정부가 국민을 두려워해야지” 그의 말에서 느껴지다시피 이 나라의 주인들인 국민들이 방관자에서 벗어나 직접 행동하도록 요구합니다.

그러나 그가 정의를 구현하는 방법은 다소 과격합니다. V는 자신의 임무를 ‘피의 복수’, 단 하나라고 말하며 파시스트 정부에 대한 증오로 가득 차있죠. 이는 그가 수용소에 갇혀 인간 이하의 대우를 받으며 겪었던 고통을 그들에게 그대로 돌려주려는 것입니다. 영화 속에서 그는 강제로 갇힌 것도 모자라 정부가 비밀스레 진행한 생체실험을 당했습니다. 다행일까요, 또는 불행일까요. 대부분의 실험 대상이 처참히 죽어간 것과 달리 그만은 돌연변이로 초인적인 능력을 지니게 됐습니다. 수용소를 탈출한 뒤 재판소나 국회의사당 등 독재의 상징인 건물들을 폭파하고 수용소와 연관된 인물에 대한 살인과 폭력을 자행합니다.

이런 그가 극 속에서 가장 좋아하는 영화라고 소개하는 작품이 있습니다. 바로 <몬테크리스토 백작>인데요. “널 쓰러뜨린 건 내 칼이 아닌 네 과거다”, “느리군, 갑옷친구” 등 영화의 대사를 다 외워 줄줄 읊을 정도로 무척이나 애정을 가지고 있는 듯 보입니다. 영화 초반 재판소를 폭파하기 전 V가 구한 소녀이자, 극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소녀 ‘이비’와의 감정적 교류에도 이 작품은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몬테크리스토 백작>은 프랑스 작가인 알렉상드르 뒤마가 개인적 복수에 대해 다룬 소설입니다. 왕정복고 시대, 전도유망한 젊은 선원 당테스는 악당들의 음모로 억울한 죄를 뒤집어쓰게 됩니다. 14년 간 옥살이를 하며 복수의 칼날을 갈고, 극적으로 탈옥에 성공하게 되는데요. 감옥 시절 들었던 정보에 따라 몬테크리스토라는 섬에 숨겨진 엄청난 재물을 입수한 후 ‘몬테크리스토 백작’으로서 파리 사교계에 나타나 옛날의 원수들을 상대로 통쾌한 복수를 한다는 것이 그 줄거리지요.

사실 사회적인 억압이나 개인적으로 억울한 상황에 당면했을 때 이에 대처하는 방법은 두 가지로 나뉠 수 있죠. 그저 순응하거나, 미약한 힘으로나마 변화를 위해 노력하는 것. 각각의 대처방법에 나름의 의미가 있을 뿐, 어떤 방법이 옳다고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V와 몬테크리스토 백작 모두 독재자의 존재에다 억압이 횡행한다는 점에서 복수의 동기가 있습니다. 그러나 V가 행하는 복수는 개인적 차원을 넘어 사회로 확대된다는 점과 비교해 몽테크리스토는 개인적 차원에서 그친다는 차이를 갖습니다. 물론 V의 행동이 정의를 위한 신념에서 온 것인지, 아니면 개인적 복수의 발로일 뿐인지 우리는 판단하기 힘들지만 말이에요. 이들의 복수를 어떻게 보셨나요. 당신이 생각하는 복수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