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르디외의 '구별짓기'

기자명 이성준 기자 (ssjj515@skku.edu)

소위 상류층이라 불리는 사람들이 여가시간을 보내는 것을 보며 흔히 우린 ‘노는 물이 다르다’고 한다. 단순히 가진 돈이 많은 것뿐만 아니라 그들이 소비하는 상품과 문화생활, 소비 수준 등이 일반인들과 다르다는 뜻이다. 이로 인해 사람들은 그들에게서 넘을 수 없는 벽의 존재를 느끼는데, 실제로 상류층은 자신의 모습을 과시하기 위해 상품을 소비한다고 한다. 이런 현상을 프랑스의 작가 피에르 부르디외는 ‘구별짓기’라는 말을 통해 설명했다. 과연 구별짓기란 어떤 이론일까.

산업혁명을 거치며 기계가 인간을 대신해 노동에 투입됐다. 기계는 사람이 만들어내는 결과물보다 훨씬 많은 양의 상품을 만들어냈고, 이로 인해 인간들은 막대한 이윤을 창출해냈음은 물론 많은 여가시간을 갖게 됐다. 결과적으로 일하지 않는 시간이 늘어난 사람들에게 여가시간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와 어떤 소비생활을 하는지는 삶의 중요한 부분으로 자리 잡는다. 따라서 사람들은 자신이 얼마나 수준 높은 생활을 영위하고 있는지 보여주기 위해 남들이 쉽게 구매할 수 없는 제품을 구입하고, 쉽게 참여할 수 없는 공연을 관람하는 등의 행동을 보인다. 이것을 바로 부르디외의 구별짓기라 부른다.

부르디외는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나는 원인으로 아비투스를 꼽았다. 아비투스란 어떤 사람으로 하여금 특정한 취향을 갖거나 행동을 하게끔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무의식적으로 나타나기도 하며 의식적으로 표출되기도 하는데, 후자의 경우가 드러날 때는 남과 자신을 차별시키기 위한 하나의 전략이 된다. 이로 인해 사람들은 자신의 문화적ㆍ교육적 배경을 활용해 자신을 타자와 구분 짓는다. 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배운 가정환경과 수료한 교육뿐만 아니라 인생을 살면서 습득한 여러 교양, 예를 들어 클래식 음악을 감상하는 방법이나 고상한 예술작품을 감상하는 법 등을 남과 자신을 구분하는 요소로 활용한다.

부르디외의 구별짓기는 계층마다 구별돼는 특징을 갖는다. 상류층은 상류층끼리, 중산층은 중산층끼리 그들이 드러내는 자기과시는 닮아있다. 우리가 어떤 사람의 생활이나 그가 가지고 다니는 물건을 보고 그가 어느 계층에 속하는지 알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이 같은 현상은 실제 우리 주변에서 너무나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그 한 예로 젊은 여대생들이 명품 핸드백을 갈망하는 것을 들 수 있다. 그녀들은 핸드백을 통해 자신이 다른 여대생들과 경제적 여건, 자라온 배경, 문화적 경험, 받아온 교육 등이 다르다고 소리없이 외치고 있다. 또 대외적으로 보이는 모습이 중요한 중년층의 사람들이 유달리 넓고 비싼 집, 외제 승용차에 집착하는 것도 구별짓기를 통해 설명된다. 하지만 단순히 자신을 남에게 드러내는 것만으로 사람들의 구별짓기는 종료되지 않는다. 오페라나 뮤지컬의 값비싼 내한공연을 보면서 자신이 상류층에 속하는 문화를 즐기고 있으니 자신도 이제 상류층에 속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까지 이론은 적용된다. 위의 행동들이 개인적인 취향에 따라 나타나는 것일 수도 있지만, 구별짓기가 남에게 보이는 것뿐만 아니라 심리적으로 만족감을 얻는 방법에까지 뻗어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기업에서는 소비자들이 남과 차별성을 가지면서도 상류층에 속하는 듯한 느낌이 들 수 있도록 제품에 상징성을 부여하고, 마케팅을 진행한다. 즉 부르디외의 구별짓기는 현대인의 소비문화를 분석할 수 있는 근거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