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 월간『작은책』안건모 편집장

기자명 고두리 기자 (doori0914@skku.edu)

사람들은 그를 보고 ‘악동’이라 한다. 사소한 일이라도 부당한 억압에 절대 물러서지 않는 그의 천성은 남들 앞에서도 감춰지지 않는 모양이다. ‘버스운전사’에서 ‘글쟁이’로 직업을 바꾼 이유도 좀 더 넓은 세상에서 소리치기 위한 몸부림이 아니었을까. 세상을 바꾸는 따뜻한 이야기, 월간 『작은책』안건모 편집장을 만났다.

 

 △ 버스운전사의 이력을 얘기안 할 수가 없다
그렇다. 이력이 특별하니까 사람들이 더 관심을 가져주는 것 같다. 당시 버스운전사들의 근로조건이나 복지시설은 굉장히 열악했다. 근로기준법이나 단체협약에 대해 운전사들은 제대로 알지도 못했고, 회사에서는 계속 우리에게 부당한 요구를 했다. 나는 당시 『쿠바혁명과 카스트로』, 『자본론』 등과 같은 책을 접하면서 사회의 부조리함과 뒷면을 보게 됐다. 버스운전사들의 모임인 ‘버스일터’를 조직해 소식지를 발간하면서 노조활동에 앞장섰다. 회사에서는 내가 글을 쓰니까 함부로 대하지 못하더라. 그 때 글이라는 게 굉장히 큰 힘을 발휘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 후로 버스운전사들의 노동환경이 많이 나아진 것 같아 보람을 느낀다.   

△ 본격적으로 ‘글쟁이’가 된 계기는 무엇인가
우연인지 필연인지, 96년도에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던 찰나에 『작은책』을 접하게 됐다. 이 책을 보고서 ‘일하는 사람들도 글을 쓸 수 있구나’라는 것을 처음 깨달았다. 그때 만난 이오덕, 윤구병 선생님이 글을 쓰는 데 많은 도움을 주셨다. 처음에는 학력이 짧은 탓에 글쓰기가 너무 힘들었다. 그런데 오히려 관념적인 것에 물들지 않아서 그런지 나는 좀 더 자유로운 글쓰기를 할 수 있었다. 

△ 『작은책』편집장을 맡기까지 힘든 점도 많았을텐데 
편집장은 2005년부터 맡게 됐는데, 당시 『작은책』은 적자상태였다. 게다가 수입도 불안정해 아내의 반대가 만만치 않았다. 무엇보다 버스 현장을 떠나야한다는 사실이 너무나 안타까웠다. 그렇지만 난 이미 글의 힘이 크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버스운전사보다는 글쟁이로서 내가 사회문제에 대해 더 큰 목소리를 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버스운전사를 그만두고 글을 쓰면서 내 자신이 ‘노동자’라는 생각은 변함이 없다. 글쓰기 역시 방법이 다를 뿐, 노동자를 위한 운동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난 지금도 내 정체성을 ‘노동자’라고 말한다.

△ 『작은책』을 통해 어떤 얘기를 하고 싶었는지
나는 남한테 따뜻한 위로가 되는 글을 쓰고 싶지 않다. 글이라 함은 민중을 깨우치고 역사의식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밑바닥 사람들이 자신의 얘기를 끄집어내는, 민중들의 자서전이라 보면 된다. 더 좋은 세상에서 살기 위해 사람들이 한발 더 내딛게 도와주는 것, 이 사회를 자꾸 드러내 보여주는 것. 이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결론적으로 『작은책』은 ‘책만 보던 지식인들은 노동을 못하지만, 노동하는 노동자는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셈이다.

△ 확실히 예전보다는 사회문제에 대한 대학생의 관심이 줄어든 것 같다 
요즘 대학생을 보면 기득권세력에게 이용당하고 있는 느낌이 든다. 어떤 부모들은 자녀들을 좋은 대학에 보내기 위해 발버둥 치며, 언젠가 내 자녀가 그 대열에 들어갈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품고 있다. 정작 비정규직 자리 하나 못 얻고 있는데 말이다. 대학생들은 사회가 무엇인지부터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생각만 하지 말고 행동으로 옮겨 사회에서 계속 무언가 배우려고 노력해야 한다. 하루빨리 이들이 사회현실에 발을 내딛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