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설턴트』, 임성순

기자명 이성준 기자 (ssjj515@skku.edu)

『컨설턴트』임성순
킬러이지만 총과 칼을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사람을 죽이는, 그런 킬러가 존재할까. 책 『컨설턴트』의 주인공이 바로 이런 종류의 킬러다. 의문의 사나이로부터 제안받은 살인 소설의 작성, 주인공은 자신이 몰두하고 있는 시나리오가 실제 살인 사건의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사실을 모른 채 그렇게 킬러가 된다.

주인공은 사나이로 인해 베일에 싸인 회사에 들어가게 됐고 회사에서 제공해주는 인물설명과 상황설명을 토대로 죽음이 소재인 한 소설을 쓴다. 그는 과거 PC통신에서 추리 소설을 연재했던 경험을 십분 발휘해 완벽한 작품을 내놓는다. 하지만 그는 곧 그에게서 나온 이야기가 ‘구조 조정’이라는 명목 하에 실제로 사람을 죽이는 데 사용되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리고 그는 생각한다. 나 자신이 회사를 위해서 하고 있는 일이 어떤 목적을 위함인지 생각해 본 적이 있었냐고. 또 회사를 위한 일이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

주인공의 글은 ‘죽여 달라’는 의뢰를 받은 사람을 정말 죽여 버리는 일을 해낸다. 단, 타살을 아무도 눈치 챌 수 없게 자살로 위장한다. 목격자, 경찰, 언론 그 누구도 알지 못하도록 말이다. 이 같이 철저히 비밀로 유지되는 회사와 주인공의 정체를 그의 옛 연인 현경은 뒷조사하게 된다. 결국 회사는 현경을 죽일 것을 주인공에게 주문하고 그는 그녀를 죽이는 시나리오를 작성한다. 주인공은 불안하다. 자신의 삶이 회사에 의해 조종되고 있는지, 현재 사랑하고 있는 예린마저도 회사와 관련이 있을지. 그래서 그는 회사와 떨어져 생각할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그가 좋아하는 <동물의 왕국>에 나오는 고릴라를 보기 위해 콩고로 잠시 떠난다.

하지만 그 머나먼 콩고에서 그는 더욱 심각한 생각들을 품게 된다. 콩고 사람들의 현실, 그들의 삶을 목격하고 듣게 되면서 그는 놀라운 사실을 맞이했기 때문이다. 우리가 아무런 생각 없이 행동하고 있는 모든 일들이 지구 반대편의 콩고에서는 살인이라는 행위로 나타났다. 지겨워진 휴대폰을 버리고 새로운 휴대폰을 살 때마다 콩고 사람들은 그곳에 들어갈 부품에 필요한 광물을 캐기 위해 죽어갔다. 주인공은 다시 한 번 생각한다. 우리가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한 일들로 인해 지구 어딘가에서 누군가는 죽고 있다. 이를 인지하지 못하는 사람들이나 알면서도 어쩔 수 없다고 안주하는 이들이 나와 같은 킬러와 다를 것이 뭔가. 둘 모두 손에 피는 묻지 않지만 살인을 하고 있지 않은가.

주인공은 무지(無知)와 무관심에 경종을 울린다. 내가 행한 행동, 내가 하고 있는 일의 결과에 대해 모르고 무관심한 사람은 그와 같은 살인자다. 누구나 한 번 쯤은 생각해 봐야 한다. 난 무엇을 하고 있으며 이것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알면서도 어쩔 수 없다고 단정 짓는 행위가 죄는 아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