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체험관 '우리집' 방문기

기자명 박하나 기자 (melissa12@skku.edu)

높은 건물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는 서울의 도심 속, 바쁘게 지나쳐가는 일상에서 지친 당신에게 느린 박자의 휴식을 선물해줄 곳이 있다. 바로 한옥체험관 ‘우리집’. 북촌에 위치한 ‘우리집’은 단순한 게스트하우스를 넘어서 한국의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자리잡았다. 우리 전통 한옥의 고유의 멋은 물론 삶과 여유, 사람 사는 정까지 느껴볼 수 있는 ‘우리집’으로 당신을 초대한다.

메마른 도심 자락 한 귀퉁이, 해가 너울너울 넘어가는 시각에 고전적 향취의 멋스러움이 물씬 느껴지는 북촌 한옥 마을을 찾았다. 하늘 높이 솟은 건물 사이를 벗어나 유려한 처마 선이 늘씬 늘씬하게 늘어서 있는 한옥마을을 거닐다 보니 어느새 쫓기듯 달려왔던 마음도 여유로워진다. 북촌의 굽이굽이 미로 같은 골목길을 따라 전통 한옥을 고스란히 체험해볼 수 있는 한옥체험관 ‘우리집’을 찾았다.

“집이 좀 숨어 있죠?” 작은 대문 앞에서 ‘우리집’의 안주인, 박인숙 씨와 살가운 인사를 주고받았다. 대문 안으로 들어서자 왼쪽으로 ‘우리집’의 소소한 일상이 묻어나는 사진들이 보인다. 앞쪽으로는 안채가 보이지 않도록 하기 위해 지었다는 내외담이 자리했다. 안채에 있는 여자가 밖으로 나가지 않고도 손님이 누구인지 살필 수 있도록 만든 작은 구멍이 나있다. 살짝 들여다본 그 작은 구멍 사이로 소담스럽게 피어난 정원의 꽃들이 내다보인다.


웃으며 안부를 물어오는 그네와 담소를 나누면서 안문간(문간 안쪽에 보조로 쓰는 작은 문간)에 들어섰다. ㄱ자형의 안채와 사랑채가 마당을 바라보며 마주 보고 있는 튼 ㅁ자 형의 한옥의 모양새는 단아하고, 고졸한 맛이 있었다. 마루의 난간에 걸터앉아있자니 선선한 바람이 불어와 여름날의 열기를 걷어낸다. 박인숙 씨가 건네 온 앨범 속에는 ‘우리집’의 세월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몇 권의 책자와 앨범에서 차곡차곡 쌓아온 지난 8년의 기록이 엿보인다.

그네는 한옥의 고즈넉함과 운치 있는 분위기에 푹 빠져들어 연신 감탄하는 기자에게 한옥에서 자라온 자신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자신의 아이들에게도 소중한 기억을 선물해주고 싶었다며 웃는 모습이 정감 있게 다가왔다. ‘우리집’을 진짜 ‘우리집’처럼 느끼게 해주는 건, 마음이 놓이는 한옥 특유의 분위기에 더해진 그네의 소박한 마음씨였다. 한 번 찾아온 손님이 다시 찾아올 수밖에 없게 만드는 이 넉넉함이 입소문을 타고 ‘우리집’을 대표적인 한옥문화체험관으로 만들었다.

최근 종로구에서 한옥 체험살이를 특성화하면서 북촌에는 때아닌 개발의 바람이 불었다. 이로 인해 한옥이 관광지로 탈바꿈되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이에 대해 박인숙 씨는 “본연의 모습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마을 주민들의 북촌을 아끼는 자발적인 마음이 중요하다”며 “마을 사람들이 서로 도우며 자체적인 힘이 있는 건강한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어딜 가도 똑같은 호텔과 달리 고유의 멋과 정취가 있어 삶 속의 여유를 즐길 줄 아는 진정한 고수들이 자주 찾는다는 ‘우리집’. 이번 주말, 도심 아닌 도심에서 선비처럼 유유자적하게 잠시 쉬어가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