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층 대변하는 노조 설립… 정식 허가 받지는 못해

기자명 조은혜 기자 (amy0636@skku.edu)

청년 실업 문제에 대한 사회의 관심은 날로 더해간다. 여기저기에선 해결책이 난무하고 있다. 하지만 값비싼 대학 등록금과 취업의 어려움으로 청년들의 빚은 높아져만 가고 취업난까지 더해져 악순환의 고리도 계속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어느 누구보다도 절박함을 지닌 당사자, 바로 청년들이 직접 나서기 시작했다. 다른 세대가 해결하지 못한 과제를 풀고자 나선 소수의 청년들이 모여 이제 전 세대에 걸쳐 주목받는 청년노조로 발전한 ‘청년유니온’이다.


지난 3월 13일 오랜 준비 기간을 거친 ‘청년유니온’의 공식 창립총회가 있었다. 2009년 8월부터 마음이 맞는 몇몇의 청년이 모여 준비한 노동조합(이하:노조)이 세상에 공개된 것이다. 조금득 사무국장은 “직장을 구하는 일이 정말 어렵고, 구해도 어려운 점이 많았다”며 “개인적인 일을 겪으면서 노동문제에 관심이 생겼고, 노조를 준비하게 됐다”고 ‘청년유니온’에 참여하게된 계기를 밝혔다. 온라인을 기반으로 했던 노조는 오프라인 모임으로까지 이어져 다양한 활동을 진행했지만 현재 노동부에 제출한 노동조합설립신고가 받아들여지지 않아 정식 노조로서 인정받지는 못한 상태다.

한 세대만을 위한 특별 노조

“당사자만이 가질 수 있는 절박함을 통해 청년들의 문제에 직접 파급력 있는 행동을 해내고 싶었다” 이는 ‘청년유니온’ 김영경 위원장의 말이다. 청년을 위한 노조란 기치아래 마련된 이 노조는 처음부터 끝까지 청년 노동자를 위한 발걸음을 지속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최초로 설립된 새로운 형태의 노조이지만, 외국에서는 많은 사례가 존재한다. 실제 ‘청년유니온’의 역할 모델이 된 일본의 ‘수도권청년노조’는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 단체는 2008년 파견근로자들이 모여 6일간 시위를 한 ‘히비야 파견촌 투쟁’을 통해 알려진 단체로서 부당한 아르바이트 해고의 철회 등을 돕기도 했다. 그 외에도 네덜란드의 ‘AVV’를 비롯 프랑스 등지에서는 수차례 청년들의 노조 활동이 있었다.

‘청년유니온’에는 오로지 연령 제한만이 존재한다. 15세에서 39세에 이르는 일을 구하고자 하는 자, 일을 하고 있는 자라면 누구든지 참여할 수 있다. 노조 가입 조건이 까다롭지 않음에도 실제 ‘청년유니온’에 가입하는 사람들은 주로 계약직, 시간제 일자리를 갖고 있는 사람이 대다수이다. 김형근 사무처장은 “한 직장에서 근무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노조가 아니고, 안정적인 일자리를 갖고 있지 않은 경우가 많아 함께 만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때문에 자연스레 주요 활동과 토론은 포털사이트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 온라인 활동을 기반으로 주요한 행사 때 시간을 맞춰 참여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활동범위, ‘개인’부터 ‘사회’까지

‘청년유니온’이 바라보는 청년 실업난의 문제는 대학 사회와 연관성이 깊다. 김 위원장은 “높은 등록금 때문에 사회로 나올 때부터 많은 빚을 지고 나오는 청년들이 많다”며 “이같은 상황은 취직을 하는데도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다”라고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를 지적했다. 실제로 ‘청년유니온’의 활동은 청년 노동자의 문제를 구조적인 사안에서 찾고 있다. 이에 대해 김 사무처장은 “단지 청년들에게만 국한되지 않는 문제이며, 사회가 함께 책임지고 해결해야 할 부분이다”라고 말했다. 이에 최근에는 최저임금제도의 개선을 위한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최저임금이 불안정 노동의 기준이 되고 있기에 최저임금을 1인 표준 생계비 이상으로 올리는 것이 하나의 해결 방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이 김 위원장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편의점을 상대로 최저임금의 실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인권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청소년 보다는 청년과 관련한 실태조사가 많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상황을 철저히 조사할 방침이다.

그 외에도 노동 상담과 구직 상담 등을 주요 활동으로 삼고 있다. 특히 노조가 없는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노동자일수록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이 없기에 ‘청년유니온’이 그 역할을 대신 해주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이야기를 우리 노조에 할 수 있도록 하는 것만으로도 좋다”며 앞으로 “좀 더 체계적인 상담프로그램을 구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양한 방식으로 본의도 지켜나가

일정하게 정해지지 않은 활동 내용처럼 그들의 활동 방식 또한 정해지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지난 광우병 사태 때에도 대규모 집회가 있었지만 정책을 변화시키는 것에는 실패했다”며 “때문에 집회만이 모든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때문에 ‘청년유니온’은 집회 뿐 아니라 플래시몹, 청년실업극복콘서트 등 문화적인 방식을 통해 청년 노동자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을 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힙합가수와 함께 음악을 제작하기 위한 계획도 진행 중이다.

하지만 이들이 활동을 정치적인 성향을 지닌 단체로 보는 경우도 있다. 실제로 지난 3월 23일에 노동부에서는 ‘정치운동을 목적으로 하는 것으로 보이는 강령을 포함하고 있다’는 이유를 들어 ‘청년유니온’의 노조 설립을 반려한 바있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구조적인 개선을 이루기 위해선 정책을 변화시켜야 하기에 정치적인 단체로 볼 수도 있다”며 “하지만 특정 정당을 지지하거나 현 정부를 타도하고자 하는 의도는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또한 노동부는 노조 내에 구직자가 포함돼있다는 점을 들어 한 차례 더 노조 설립을 허가하지 않았다. 김 사무처장은 “구직자가 있는 노조가 인정된 법원의 판례가 있다”며 “구직자도 전혀 일하지 않는 것은 아니고 잠재적인 노동자이기 때문에 노조 가입을 인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재 ‘청년유니온’은 이 같은 사안에 대해 국가위원회에 진정을 제출한 상태이며, 행정소송에 관해서도 고려 중이다.

정식 노조로 인정받지 못한 현 상황과 노조에 대한 일방적인 편견 등 그들이 헤쳐나가야 할 일은 아직 많다. “그저 청년들의 고통을 밖으로 많이 알리고 아직 청년이 살아있음을 보여주겠습니다”라는 그들의 외침이 오랜 시간 지속되고 있는 청년 실업난의 돌파구가 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