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의 여러 얼굴
경쟁의 여러 얼굴
  • 성대신문
  • 승인 2010.05.31 00:58
  • 호수 14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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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식(중어중문학과 교수/박물관장)

유형 무형의 경쟁 속에서 한치도 자유로울 수 없는 게 인간이다. 사실 스트레스라는 것도 그 발원지는 삶 속의 경쟁 때문인지 모른다. 특정, 불특정 상대와 경쟁해야 하고 때로는 자신과도 경쟁해야 한다. 그렇다고 경쟁을 아예 포기하면서 살 수는 없는 노릇이고, 또 경쟁 그 자체를 즐기자고 스스로를 독려하며 지내기도 쉽지 않다. 경쟁의 양태도 각양각색이다. 때로 제3자의 눈으로 관망하기만 해도 되는 역사 속의 경쟁이 있는가 하면, 초미에 걸린 과제이기에 절박하게 다가오는 현실세계의 경쟁도 있다.   

무측천은 중국 역사상 유일무이한 여황제였다. 그녀는 권력을 장악하기 위해 온갖 권모술수를 마다하지 않았다. 생의 전반기는 총애 받지 못하는 궁녀 신분에 불과했지만, 황제의 총애를 받게 되자 냉혹한 성격으로 돌변하여 자신의 젖먹이 친딸을 교살하여 당시 황후의 짓으로 덮어씌울 정도였고 결국은 황후가 되었다. 그 뒤 그녀는 과거 자신을 불편하게 했거나 홀대했던 주변 사람들을 잔인한 방법으로 제거했다. 친형제자매에서 조카, 며느리, 사위, 손자손녀에 이르기까지 그녀의 탐욕과 질시에 희생되어 목숨을 잃은 사람이 부지기수였다. 

자신의 두 아들이 태자가 되자 무측천은 그들을 경쟁 상대로 인식했다. 두 아들은 태자의 신분으로 자주 황후인 그녀와 갈등을 빚었다. 고종은 심약한 기질에 몸마저 불편해서 정치 일선에 나서지 못했기 때문에 전권이 황후 무측천에게 맡겨져 있었다. 황후는 장차 황제가 될 장남이 우유부단한데다 효심이 부족하다는 점이 못마땅했다. 양측은 서로 측근을 동원하여 암투를 벌이고 사안마다 자주 의견 충돌을 빚었다. 그러다 태자가 돌연 급사했다. 뒤이어 태자로 책봉된 둘째 아들은 문무를 겸비하고 성품이 활달한데다 여러모로 황후의 성품을 닮아 있었다. 승부욕도 남달랐다. 황후는 그가 군주로서의 자질이 충분하다고 내심 인정하면서도 쉽사리 권한을 내주지는 않았다. 둘째는 이미 황후와 형 사이에 빚어졌던 그간의 쟁투를 경험한지라 나름대로 자기 세력을 구축하려고 부단히 암중모색하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태자는 반역죄로 몰려 유배지에서 죽음으로써 끝내 황위에 오르지 못했다. 실제 태자가 모반을 꾀했는지에 대해서는 역사가의 평가가 엇갈린다. 어쨌든 그의 반역 의도를 처음 적발한 사람은 다름 아닌 황후였고 그녀는 황제의 사면 건의조차 묵살해버렸다. 무측천이 애초부터 황제가 되려는 야심을 품었는지, 아니면 아들의 배후에서 그저 정치권력을 휘두르는 것으로 만족하려 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녀는 결국 두 아들 대신 황제가 되어 권력의 정정에 오를 수 있었다.

이처럼 목숨을 건 정치투쟁에서 우리는 냉혹한 경쟁논리를 읽게 된다. 물론 이런 경쟁은 지극히 원시적이고 비인간적인 행태이기에 역사의 비난이 줄기차게 뛰따른다. 성숙되지 못한 인성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사생결단의 이런 적대적 경쟁은 동서고금의 역사 어디든 다 등장한다. 다만 그 경쟁의 결과를 놓고 보면 승자가 결코 영원한 승자일 수 없다는 교훈은 명백하다.

이런 경쟁도 있다. 수년전 중국의 이른바 ‘짝퉁’ 상품 중에 SONY를 SQNY로, IBM을 1BM으로 표기하여 반짝 사람들의 이목을 끈 예가 있었다. 공정한 경쟁으로는 승산이 없으니 꼼수를 써서 유명제품인양 소비자를 현혹하려 한 것이다. 꼼수나 속임수란 결국 상대와 경쟁할 자신감은 없고 그렇다고 쉽게 욕심을 포기하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등장한다. 강자의 입장에서는 공정 경쟁이라는 합리적인 룰이 매력적이지만, 약자의 입장에 서보면 그것이 그리 탐탁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해서 불법 행위도 불사한다. ‘짝퉁’ 유통이 그런 예다. 경쟁 조건이 구비되지 않았다면 꾸준히 실력을 연마하든가 자기 수준에 알맞은 경쟁상대를 찾는 게 정당한 판단이련만 그건 어디까지나 교과서의 발언이다. 짧은 순간만이라도 승부를 내고 싶은 유혹을 뿌리치지 못한 건 분명 삐뚤어진 경쟁심리가 작용한 탓이다.

그러나 경쟁은 역시 제대로 된 상대와 맞부딪치는 게 제격이다. 좋은 경쟁자를 만나 상대와의 공존이 가능한, 혹은 때로는 그를 능가하기도 하는 경쟁을 벌일 수 있다는 것은 인생의 행운이기도 하다. 정치투쟁, ‘짝퉁’ 경쟁에서는 상대가 곧 적일 수 있다. 적과의 경쟁은 자신의 삶이 도박판에 내던져진 것처럼 이판사판으로 귀결되기 마련이다. 그로 인한 스트레스는 그 자체가 생명과 직결될 수도 있다. 그러나 제대로 된 경쟁은 보다 질 높은 삶을 담보하기에 스트레스가 오히려 좋은 자극이자 격려가 된다. 이런 경쟁에서는 스트레스가 삶의 윤활유가 될 수 있다.

지금 내 삶의 경쟁 과제는 무엇인가? 나 스스로 괜찮은 경쟁상대를 설정해본 적이 있는가? 경쟁을 두려워하는가? 경쟁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가? 그대 자신에게 부단히 질문을 던지는 동안 그 대답이 바뀔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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