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상] 백연상(국문04) - 고속버스터미널 정류소에 가보니

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자가용이 고장나거나 장애인 콜택시를 잡지 못하는 날이면 학교에 갈 엄두를 못내요.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이 서울에서 시내버스를 이용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하거든요.”

21일 오전 8시 10분경 서울 서초구 반포동 고속터미널 앞에 있는 버스 정류소. 지체장애를 가진 아들 이모(17)군을 특수학교에 매일 등교시키는 박영선(46)씨는 분통을 터뜨렸다. 박 씨는 오전 7시 20분에 정류장에 도착했지만 출근시간과 겹치는 바람에 정류장에 사람이 너무 많아 버스를 타지 못했다. 그나마 휠체어를 태울 수 있는 저상버스는 이미 2대가 지나가 버린 뒤였다.

대중교통 이용을 활성화하기 위해 도입한 중앙차로제가 장애우들의 버스이용을 막고 있다. 고속터미널 버스 정류소에는 9408번 같이 성남에서 영등포까지 운행하는 광역 버스와 143·360·401번 등 주요도심지역으로 연결되는 버스 등 23여 개 노선이 통과한다.

이 곳은 지하철 3,7,9호선이 모두 통과하고 버스노선만 23여 개가 있는 교통의 교차로이다. 하지만 작년에 새로 만들어진 중앙전용차로 정류소는 버스를 기다리는 승객들을 수용하기에 비좁기만 하다. 폭이 약2.5m 가량 되는 정류소는 출근시간대면 많은 사람들로 붐벼 건장한 성인도 자기가 타려는 버스가 오면 사람들 사이를 헤집고 나가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정류장에 사람이 많을 경우 보호자를 동반한 휠체어가 정류소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기는 매우 어렵다. 박 씨는 “휠체어를 갖고 사람이 붐비는 시간대에 서 있기도 눈치가 보인다”며“설사 타려는 버스가 온다하더라도 휠체어를 갖고 사람들 사이를 헤집으며 버스를 향해 움직이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타려는 버스가 바로 앞에 왔다고 해도 장애우들이 버스를 타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차선이 하나만 있는 중앙전용차로 특성상 앞 버스가 출발해야만 뒤에 따라오던 버스가 출발할 수 있기 때문. 장애우들이 저상버스에 탑승하려면 먼저 휠체어를 태우기 위한 슬로프가 나와야 한다. 그다음에 운전기사가 직접 휠체어를 버스에 고정시켜야 버스가 출발할 수 있다. 360번 저상버스기사 박희근(38)씨는 “아무리 능숙한 기사라도 약 5분정도는 걸릴 것이다”라며 “바쁜 출근시간대 중앙전용차로에 한 버스가 5분 동안 서있으면 교통혼잡이 초래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오전에 길 때는 10여 대의 버스가 꼬리를 물고 늘어섰다. 정릉∼분당을 오가는 143번 저상버스를 2년째 운전하는 김운향(47) 기사는 “2년 동안 이 차를 몰아봤지만 장애우가 탄 경우는 손에 꼽을 정도”라며 “장애우들이 버스를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시스템이 정비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도로교통시설 관계자는 “일부 중앙차로 정류소에서 장애인들이 겪는 불편함을 알고 있다”며 “장애우들의 의견을 수렴해 그들이 버스를 최대한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우수상] 백연상(국문04) 수상소감

통계에 따르면 장애우들의 약95%는 후천적으로 장애를 얻었습니다. 바꿔 말하면 정상인들도 '예비 장애우'인 셈입니다.
하지만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대부분의 시설들이 '정상인'에게만 사용하기 편리하게 만들어져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장애우들도 우리 사회의 어엿한 구성원인데 말이지요. 다소 몸에 불편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도 행복할 수 있는 사회가 진정 품격있는 사회가 아닐까 싶습니다. 성대 신문 기사 공모전 수상의 기쁨을 넘어 이 기사가 우리 주변의 장애우들을 진심으로 배려하고 그들에게 따뜻한 손길을 내밀 수 있는 작은 불꽃이 되길 염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