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방해 요인 있어… 자발적인 역사 참여 통해 개선 가능

기자명 이성준 기자 (ssjj515@skku.edu)

때는 X월 X일. 이 날은 한 역사적인 사건이 N주년을 맞이하는 기념비적인 날이다. N주년을 맞이해 정치권과 각종 단체에서는 기념행사를 마련하며, 누리꾼들은 인터넷 게시판에서 행사시행의 시비를 두고 갑을논박을 펼친다. 일부 언론은 특정한 목표를 위해 이러한 상황을 이용하기도 한다. 이 같이 한 의미 있는 역사적 사건이 악용되고 있는 상황에서 앞으로의 미래를 짊어지고, 또 미래를 위해 뛰고 있는 우리 대학생들의 역할이 중요시되고 있다. 즉, 역사를 주체적인 우리들만의 시선으로 사건을 올바르게 봐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는 말이다.


우리가 주체적이어야 하는 이유
역사의 중요성은 너무나도 널리 알려진 일이기에 언급하는 것조차도 식상한 일이다. 한 개인은 역사를 바라보는 눈으로 현실 역시 바라보게 된다. 따라서 개개인이 남에게 의지하지 않고 주체적으로 역사를 꿰뚫어보는 것은 상당히 중요한 일이다. 행여나 역사를 남의 시선을 통해 바라보거나, 다른 사람이 제시한 방향대로 따라간다면 언론이나 정치권의 여론몰이에 휩쓸릴 가능성이 커진다.

우리 대학생들에게 특히 그 중요성이 큰 구체적 이유는 무엇일까. 대학생이라는 또래, 나이층은 앞으로 기성세대가 돼 한 나라의 가장 중요한 구성원으로 성장하게 된다. 또 그 세대는 30~40년 동안 사회에 존재하며 후세에 자취를 남기므로 그 영향은 지속적으로 전해진다. 따라서 대학생들이 주체적으로 역사를 인식하고자 노력하지 않는다면 역사는 현재에 비해 발전하지 못하거나, 오히려 과거로 퇴보할 수도 있다. 한국교원대학교 허신혜 교수의 통계를 살펴보면 미래를 짊어질 많은 이들 중에서 왜 대학생들이 특히나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통계에 따르면 대학교에 입학하기 전 학생들이 역사에 대해 배울 수 있는 기회는 72%가 중ㆍ고등학교, 17%가 역사서적, 7%가 대중매체였다. 하지만 가장 큰 비율을 갖고 있는 중ㆍ고등학생 시절의 역사교육은 대부분 단순히 좋은 대학에 진학하기 위한 사실관계의 암기뿐이다. 따라서 학생이 주체적으로 역사에 대해 논한다는 것은 실질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는 지적을 받는다. 그 다음을 차지하고 있는 역사서적과 대중매체에서도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서적과 매체를 통해 분명 많은 역사적 사실들을 배울 수는 있으나, 그것은 판매량 혹은 시청률과 직결된 하나의 상품이기에 독자 및 시청자로 하여금 진정한 역사의식을 갖도록 하는 경우는 드물다. 따라서 한 개인이 일상생활이나 중ㆍ고등학교에서 역사에 대해 진지한 성찰을 하기란 많은 노력을 필요로 할 수밖에 없다. 대학생 시기와 같이 여러 학문을 종합적으로 접하고 학문의 자유가 최대한 보장된 때가 역사를 주체적으로 인식하기에 가장 적절한 시기라고 할 수 있다.

현실과 해결방안
그렇다면 대학생은 역사에 대해 어떤 의견을 갖고 있을까. 현재보다 한 세대 전의 대학생들은 확실히 주관을 갖고 있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말이다. 이와 관련해 내일을 여는 역사재단의 최우철은 “독재정권과 민주화에 끊임없이 투쟁하던 이전 세대의 대학생들은 학생사회 역사의 담론을 형성했었다”고 전했다. 이런 활동이 토대가 돼 우리는 4ㆍ19 혁명, 5ㆍ18 광주민주화운동과 같은 자랑스러운 역사를 소유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시대의 관심이 변하고 신자유주의 흐름 속에서 대학의 학부제화 등은 학생들로 하여금 역사를 고찰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사회 전체에 대해 관심을 갖기보다는 보다 높은 학점을 받고, 보다 많은 스펙을 쌓는 것을 중시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역사에 관심이 덜 쏠리게 된 것이다.
한편에서는 제도적 원인 외에도 사회적 배경이 역사의 주체성을 가로막는다고 주장한다. 우리 학교 정현백(사학) 교수는 “역사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자들이 문제를 야기한다”며 “이들이 역사교육을 무기로 삼게 되면 큰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는 역사교육의 초점을 주체적 인식에 맞추고 있는 독일의 경우와 정반대다. 독일에서는 교육자의 관점을 전달하기 위해 역사교육을 진행하지 않는다. 배우는 사람 스스로 역사적 사실에 대해 주관을 가질 수 있는 분위기를 형성해 수업을 이어간다.

이 같은 상황을 개선하고 진정한 역사교육을 실현하기 위해선 어떤 노력이 요구될까. 정 교수는 “정치세력의 반성이 선행돼야 한다”며 “이들은 역사교육이 민주시민을 기르기 위한 필수적인 요소임을 자각해야 한다”는 해결책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서는 정치가가 아닌 역사연구가가 역사를 판단할 수 있는 독립성이 보장돼야 할 것이다. 또 대학생을 비롯한 일반 시민들도 스스로 역사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현대사회는 과거 그 어느 때에 비해 다양한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는 만큼, 약간의 관심만 기울여도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역사에 대해 얻은 정보를 민주주의와 연계해 성찰하는 등의 행동을 통해 개인은 자신만의 역사관을 소유하게 된다. 이에 관해 정 교수는 “유럽의 많은 국가들은 히스토리 워크숍과 같은 방법을 통해 자발적으로 시민들이 역사에 참여하고 있다”며 모범사례를 제시했다.

역사인식의 주체성은 앞으로 우리가 사회를 보다 올바르고 생산적으로 개선해나가기 위한 필수요건이다. 지나간 역사라고 해서 단순 사실만을 외우려 한다든지 무조건적으로 남의 시선을 수용한다면 우리는 어두운 역사를 다시 맞이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