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성빈(영상10) 학우

기자명 김현지 기자 (neungson@skku.edu)
“무거운 주제를 밝게 표현한 영화나 먹먹함이 느껴지는 영화를 만들고 싶어요. 보고 나면 많은 생각이 나는 영화요.”

남다른 상상력과 열정으로 만든 단 두 편의 영화로 국내외에서 60여개의 크고 작은 상을 수상한 새내기 감독이 있다. 바로 올해 우리 학교 영상학과에 입학한 변성빈(영상10) 학우. 감독이라는 호칭이 아직은 쑥스럽단다. 온라인 단편영화 상영관 ‘유에포(http://youefo.com, yoUeFO)’의 주최로 작품 상영회를 앞둔 그를 만나 그만의 풋풋한 영상 이야기를 들어봤다.

어릴 적 PD라는 직업을 막연히 동경했던 변 학우는 중학교 때부터 영상에 관심을 갖게 됐다. 이후 영화와 다큐멘터리에 대해 본격적으로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에 한국애니메이션고등학교에 진학했다. 처음에는 부모님의 반대에 부딪혀야 했지만, 영상에 대한 열정으로 인정을 받았다. 고등학교 재학 기간 동안 다양한 종류의 영상에 대해 배우면서 영화를 직접 제작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 그리고 이것은 변 학우가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하게 해주는 디딤돌이 됐다.

변 학우가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감독을 맡은 첫 번째 작품은 고등학교 1학년 때 제작한 극영화 <170㎜>다. 어린 아이가 신발 크기에 따라 가족 내 서열이 있다고 생각해, 권위를 갖기 위해서 크기가 가장 큰 아빠의 신발을 탐낸다는 내용이다. “아이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막연히 했었는데 우연히 신발들을 보다가 스토리가 떠올랐다”는 것이 변 학우의 말이다. 또한 2학년 때는 달나라 토끼가 지구에 내려온다는 발상에서 시작된 실험적 단편 영화 <미행토끼>를 제작했다. 그는 이 두 작품으로 △유니카(UNICA) 세계영화제위원장상 △서울세계단편영화제 한국영상협회장상 △한국국제청소년영화제 청소년부문 1위 등을 수상하는 성과를 거뒀다.

수많은 수상 실적만큼이나 관객들은 대체로 변 학우의 작품에 대해 호의적인 태도를 보였지만 좋지 않은 평가도 많이 있었다. 친구들은 장난스레 ‘관객들이 많이 본다는 것은 영화가 상업성을 띠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시선에 대한 생각을 조심스레 묻자 변 학우는 “나의 작품을 많은 사람들이 봐주는 것은 좋다”며 “다만 다음에 영화를 제작할 때 흐름에 휩쓸리지 않고 내 뜻을 지키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고 당차게 말했다.

대학에 입학한 후 고등학교 때는 배울 수 없던 지식을 쌓고, 시간적인 여유도 생겼지만 변 학우에게는 아쉬운 것이 있다. 비용이나 인력 측면에서 고등학교 때만큼 영상 제작 여건이 마련되지 못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현재 그는 실질적인 영상 제작보다는 독서와 공부로 내실을 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변 학우는 “기술만 있다고 해서 좋은 영화를 만들 수 없다”며 “많은 책을 읽으려 노력하고, 평소 주변 사물을 대상으로 머릿속에서 이야기를 만들기도 한다”고 했다.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촉촉한 감수성을 표현하고 싶을 때는 영화를, 시사적인 내용을 날카롭게 담고 싶을 때는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 감독이 되고 싶다는 변 학우. 자신만의 기발함으로 다채로운 작품을 만들어낼 변 ‘감독’의 미래가 그려진다.


사진 : 윤이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