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과 오만
반성과 오만
  • 성대신문
  • 승인 2010.07.25 20:03
  • 호수 14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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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근(유동) 교수

후회라는 말에는 묘한 구석이 있다. 후회는 할 필요가 없는 것이기도 하고 꼭 해야 하는 것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입시나 시험에 떨어진 사람을 보면 우리는 위로를 건네면 이렇게 말한다. “이제 와서 후회하면 뭐하냐? 후회한다고 결과가 달라지는 것도 아닌데. 지금이라도 마음을 다잡고 잘 해야지.” 이때 후회는 사람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자꾸 시선을 뒤로 돌려서 제자리걸음을 걷게 하며 사람의 마음을 고달프게 하는 괴물처럼 보인다. 반대로 명백한 잘못이나 범행을 저지르고서 사과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으면, 우리는 혀를 끌끌 차면서 이렇게 말한다. “사람이 어쩜 저렇게 뻔뻔해? 자신이 다른 사람에게 얼마나 몹쓸 짓을 했는지 돌아볼 줄도 모르고.” 이때 후회는 사람이 시선을 뒤로 돌려서 잘못에 바로 쳐다보지 않고 무조건 앞으로만 나아가려고 하는 욕망을 늦추는 변속기처럼 보인다.
후회의 두 모습을 갈라볼 수 있을 듯하다. 앞의 것은 노력해도 바라는 목표에 다가갈 수 없거나 둘 중에 하나만을 선택해야 하는 인간적인 숙명과 떼래야 뗄 수가 없다. 오르지 못할 나무를 두고 후회를 하느니 빨리 ‘접는 것’이 나를 온전히 지킬 수 있는 길일 수 있다. 뒤의 것은 다르게 갈 수 있는데도 그렇지 않아서 명백히 다른 사람에게 고통을 주거나 자신의 책임이 있는 사건과 관련이 있다. 이렇게 둘을 갈라보면 후회는 언제 어디서나 해야 하는 필수가 아니라 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는 선택의 문제로 보인다. 누군가 인생에다 ‘좌절 없는’ 한정어를 붙일 수 있지만 ‘후회 없는’ 수식어를 갖다 붙인다면, 그 사람은 남부러울 게 없는 상황에 태어나서 하는 일마다 성공을 거두었다고 자랑하는 것이리라. 과도하게 추론하면 조폭의 분위기를 풍긴다. 그래도 “후회 없는 삶을 살자!”는 각오는 괜찮지만 “후회  없는 삶을 살았다!”는 것은 사람으로서 보면 좀 오만한 느낌을 준다.
그런데 후회의 사촌에 해당되는 반성에 이르면 사정이 다르다. 반성은 전에 했던 일을 돌이켜보아 잘잘못을 따져본다는 점에서 후회와 닮았다. 둘 사이에 다른 점이 있다. 잘못을 돌아본다고 하더라도 반성의 결과는 후회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통렬하게 뉘우쳐서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는 깨달음으로 이어진다. 반성을 하기 전과 한 후의 ‘나’는 다른 사람으로 거듭나게 되는 것이다. 또 반성은 후회처럼 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는 선택이 아니라 하는 것이 좋거나 해야 하기에 하는 필수이다. 후회는 스스로 하는 것이므로 다른 사람이 “후회 좀 하고 살아!”라고 하지 않지만 반성은 스스로 하는 것이기도 하고 반성해야 할 때 그렇게 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이 “반성 좀 하고 살아!”라고 말한다. 또 잘못이 없다고 하더라도 한 일이 최선을 다한 것인지 아니면 뭔가 부족한 게 있는지 반성할 수도 있다. 일은 시간이 지나면 한 매듭이 지어진다. 일이 끝나고서는 막상 일을 하고 있을 때 생각하지 못했던 것을 생각해내고서 “그 때 왜 그것을 몰랐지!”, “그때 그것이 왜 생각나지 않았지!”라고 스스로 묻곤 한다. 그리고 반성은 후회의 주체가 개인에 한정되지만 정부와 같은 집단도 주체가 될 수가 있다. 군대에서 발생했던 의문사나 권위주의 정부에서 내려졌던 판결이 부당한 것으로 밝혀졌을 때 정부가 후회가 아니라 반성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한다.
반성을 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자신이 한 잘못을 잘못인 줄 모르거나 자신이 생각한 것을 최선으로 보고 밀어붙이거나 생각이 다른 사람을 만나면 상대를 설득하려고 덤벼들 것이다. 겸손 대신 오만이 미덕이 될 것이다. 그러면 일이든 관계든 반성을 통해 조정되지 않고 하나같이 힘의 우열로 정해지게 된다. 일반적으로 개인이나 사회가 자체적으로 반성의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면 그만큼 불필요한 갈등을 줄이고 상처를 덜 주며 성숙된 품격을 보일 수 있다. 하루살이는 후회도 반성도 하지 않는다. ‘다시’의 기회가 없기 때문이다. ‘다시’가 가능한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할까? 고요한 새벽에 홀로 일어나서 새로운 일을 벌이기 이전의 나를 만나 내밀한 이야기를 해봐야겠다. “그 때의 나와 한 낮의 나가 같은지 다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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