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정광윤 기자 (zeusx2@skku.edu)
지금까지 취재 내용 때문에 누구를 싫어해본 적은 없다. 그런데 내가 싫어하지 않는 것과 그쪽에서 나를 싫어하는 것과는 별개인 모양이다. 이게 수신거부 때문인지 어쩐지는 모르겠지만, 내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면 신호음도 가지 않는다. “지금은 전화를 받을 수 없습니다”라는, 보통 조금 있다 등장하는 아녀자가 내게 곧장 축객령을 내리기 일쑤다. 나는 마음도 넓어서 이런 일도 이해한다. 옆에 있는 기자의 휴대폰을 빌려 전화한다. 받는다. “누구세요” “안녕하세요 성대신문 기자입니다” 받아서 다행이다. 다음번엔 다른 기자 휴대폰으로 전화해야겠다.
이런 일에 그다지 기분 나빠지는 건 아니다. 본인을 귀찮게 하는데 좋아할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게다가 나는 귀찮게 하는 정도가 아니라 꽤 곤란하게 만드는데 말이다. 그런데 최소한의 예의도 안지켜준다면 그건 또 다른 문제다. 어떻게 어떻게 연락했는데 “끊겠습니다” “툭” 이런 거면 나도 사람인데 슬슬 열 받기 시작한다. 그래도 아쉬운 건 나인데 어떻게 하나. 직접 만나러 쫓아가는 경우도 있다. 막상 얼굴을 보면 생각만큼 화나거나 하진 않는다. 우연히 보이면 먼저 인사하러 가게 되기도 한다.
이번 기사 메인 컷은 노래제목이다. 알 만한 사람 다 알겠지만, 이거 요새 별로 평화롭지 못한 타블로 노래다. 레퍼의 출신 대학을 별로 알고 싶지도 않지만, 사람들은 이렇다 저렇다 말이 많다. 저마다 자기 결론은 정해놓고 남 얘기는 들으려 하지도 않는 건 우리 학교나 똑같다. 결정적 자료만 발 빠르게 내놓으면 될 일을 뭉그적거리다 욕먹는 것도, 그것 때문에 나머지 합리적인 해명까지 싸잡아 매도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다만 타블로가 논란이 되면 강혜정만 힘들어지지만, 총학이 논란이 되면 우리학교 이만 육천 명이 다 힘들어진다. 부디 우리 총학에도 ‘평화의 날’이 좀 오기를 바라본다. 나랑 연락도 좀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