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MBC트릭아트 특별전

기자명 엄보람 기자 (bora-um@hanmail.net)

1차원의 점과 선, 2차원의 면. 그리고 3차원의 입체. 신은 이 세 가지 재료만으로  ‘세상’이라는 복잡한 공간을 만들어 인간에게 선물했다. 인간의 능력으로 생각해낼 수 있는 모든 것이 존재하는 공간. 그 안에서 인간은 만족하며 살리라, 그는 믿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예상에는 중요한 전제 하나가 빠져있었다. 바로 인간이 재치와 상상력을 가진 생물체라는 점. 신이 구분지어 둔 차원 속에 살기에는 인간의 사고가 너무 자유로웠다. 그들의 발칙한 생각들은 차원과 차원 사이에 자리를 틀기 시작했고 마침내 그 경계를 넘나드는 지경에 이르렀다. 신의 영역에 발을 담근 미술 장르, 트릭아트가 탄생하는 순간이다.

일산 킨텍스 제 3전시관에 온통 trick(환각, 속임수)으로 가득한 작은 세계가 있다. 일단 이 곳에 발을 들여 놓았다면 누구든 익숙함 속에서 느꼈던 안락은 고이 벗어 전시회장 밖에 남겨두기 바란다. ‘사진 꼭 찍으시오’라는 예사롭지 않은 당부를 지나 전시회장에 들어서면 벽면에 줄 맞춰 걸려있는 금색 액자 속 명화들이 하나 둘 눈에 들어온다. 언뜻 보기에 고상함마저 느껴질 만큼 시침 뚝 떼고 있는 이 그림들에 속지 말길. 모두 적어도 한 구석씩은 관람자의 두뇌에 요술을 걸고 있으며 심지어 그림의 품격을 높여주던 금빛 액자마저도 벽면에 그린 가짜다. ‘아담의 창조’ 속 친절한 하나님이 손수 관람객에게 포도주를 따라주고 있는가 하면, 모나리자는 스스로 화장품이 가득한 선반을 들고서 누군가 고운 아미를 그려주길 기다리고 있다.


‘2차원(평면)의 그림을 3차원(입체)으로 표현하는 초리얼리즘 예술 장르’. 이것이 트릭아트의 정의다. 작가들은 벽면, 바닥면에 특수페인트를 이용해 그림을 그려 넣는다. 투명도가 높은 이 페인트는 빛의 굴절, 반사를 일으켜 사람의 시각에 착각의 여지를 주고 비로소 그림에 입체가 깃들게 된다. 종래의 회화의 개념을 완전히 뒤집은 새로운 아트 장르가 완성되는 것이다. 1차원과 2차원의 경계에서 이미 인간은 그림이라는 창조물을 탄생시켰다. 여기에 더해 트릭아트는 불완전한 3차원을 그림에 녹여냈다. 또 한 번 차원의 경계를 흔들어 놓으며 인간의 두 번째 개벽이 이뤄진 셈이다.    

트릭아트의 매력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작가가 재기발랄한 아이디어로 반쯤 숨결을 불어 넣은 그림에 관람자가 ‘상상’이라는 요소를 가미하는 순간, 비로소 작품의 멈췄던 심장이 천천히 뛰기 시작한다. 작가가 베르베르의 ‘우유를 따르는 여인’의 주전자를 액자 밖으로 기울여 놓았다면 쏟아지는 우유 줄기를 입으로 받아 마시든, 함께 따르든, 머리로 맞든 연출은 관람자의 자유다. 한 명의 관람자를 만날 때마다 작품과 그는 순간순간 새로운 그림을 그려내는 것이다.

지금 작은 배낭을 꺼내어 다음 네 가지를 챙기자. 신이 장난처럼 인간에게 숨겨둔 능력인 재치와 상상력. 그리고 신이 아닌 인간이기 때문에 가질 수 있는 한계이자 축복인 착각이라는 요소. 마지막으로 새로운 세상을 담아올 카메라까지 목에 걸었다면 철저히 제자리를 지키고 있던 당신의 N차원은 이미 흔들리기 시작했다.

△공연명:2010 MBC트릭아트 특별전
△공연일시:6. 30~8. 20 
△공연장소:일산 킨텍스 제3전시관
△공연가격:1만 2천원
△공연문의전화번호:02-789-1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