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설우윤 기자 (dishwalla@skku.edu)

가끔, 길을 걷다가 눈을 감아본다. 그렇게 걷다 보면, 어느 새부터, 불안감이, 엄습한다. …내가 지금 똑바로 걸어가고 있는 건가? …혹시 마주 오는 사람이랑 부딪히면 어쩌지? …찻길로 떨어지면 안 되는데!
이런 저런 생각들이, 마구 밀려들고, 나는 점점, 나에 대한 확신을, 잃어간다. 꾀를 써서 발바닥에 전해져 오는 길바닥의 느낌에 의존해 보지만, 그것도 잠시. 쭉 이어져 있던 시각장애유도불록을 놓쳐버린다. 이젠 눈을 뜨고 싶은 욕구가 마구 고개를 쳐든다. 미칠 것 같다. 더 이상 발을 떼기가 힘들어진다.
버티지 못하고 황급히 눈을 뜬다. 그리고 획, 하고 뒤를 돌아본다. 그리고 탄식한다. 깨닫게 되는 두 가지 사실들. 우선, 나는 제법 반듯하게 걷고 있었다는 것. 다음으로, 한 없이 길게 느껴졌던 시간 동안 불과 20미터도 걷지 못했다는 것.
나는 나를 믿지 못하는 것일까? 나의 방향감각이 비교적 믿을만 하다는 것은 여러 번의 경험을 통해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눈을 감고 걸어갈 수 있는 거리는 좀처럼 늘어나지 않는다.

수습기자 생활 역시 그러했다. 지금 눈을 뜨고 뒤를 돌아보면, 내가 걸어 온 거리가 얼마나 보잘 것 없는지를 알 수 있다. 그리고 그 길 위에서 채 한걸음을 더 떼지 못하고 쩔쩔매고 있는 내가 보인다. 그리고, 발견한다. 옆에서 지켜주고 있는 선배들을. 친구들을.
아이구, 이걸 몰랐다니. 한심한가? 아니다. 불쌍한가? 아니다. 오히려, 다행스럽다. 적어도 이만큼은 걸어왔잖은가. 비록 그 모습이 어정쩡하고 부자연스러웠다고 해도, 지금 나는 뒤돌아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다시 앞을 바라본다. 지금까지 걸어왔던 준비된, 평탄한 길이 아닌, 구불구불 울퉁불퉁한 숲속 길이 기다리고 있다. 아니, 대체 끝이 있기는 한거야?
침을 꿀꺽 삼켜본다. 심장이 조금씩 뛰기 시작한다. 심호흡을 한다. 흡! 이제 다시 눈을 감고 걸어야 할 때다.

그런데 말이지, 전과 같지는 않을 것이다. 왜냐면, 이제는 확실히 알고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