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옥기(수교) 교수

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어느새 여름방학이 끝나고 개학일이 다가왔다. 건강하게 그을린 학생들의 모습과 구수한 사투리 소리가 방학동안 잠잠했던 학내 분위기를 신선하게 일깨운다. 이제, 방학 중에 일어난 사연들을 뒤로 하고 새 학기를 맞이할 때이다.
그렇다면 새 학기를 어떻게 시작할까? 시작을 위해서는 목표가 있어야 한다. 목표는 희망적이며 실현 가능하여야 한다. 실현 가능하다는 이야기는 ‘목표란 성취해야 하는 것’이란 말과 동의어이다. 목표를 세웠지만 이루지 못하는 사람이 허다하다.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서는 전략이 필요하다. 문제해결을 위한 사고의 과정처럼 시작에서 목표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을 몇 단계로 나누고 각 단계가 순조롭게 진행되는지를 점검하고 수정하는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태도가 필요하다. 그 과정에서 대학의 낭만이 다소 제약받을 수 있음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일 때, 더 큰 낭만과 기쁨이 학기가 끝난 뒤에 또는 대학을 졸업한 뒤에 반드시 돌아옴을 유념하자.
새 학기를 맞으면서 어떻게 공부할까도 생각해 보자. 학습을 하는 방법에는 기계적 학습과 지적학습이 있다. 기계적 학습이란 학습할 내용을 차례로 암기하는 학습이다. 이에 반해 지적 학습이란 알고자 하는 것을 현재 알고 있는 것과의 관계를 파악하고 이해하는 학습이다. 예를 들면 큰 도로에서 도시 안의 한 장소로 찾아가는 경우 기계적 학습에 의하면 ‘몇 블록을 직진한 다음 우로 몇 블록 가고 그 다음 좌로 몇 블록 가고, 이어서 우로 몇 블록 더 가라’는 식의 알고리즘을 따라 그 장소를 찾아 가는 것이다. 지적 학습에 의하면 지도를 보고 현 위치와 비교하면서 그 장소를 찾아가는 것이다. 새 학기 첫 시간에 강의 계획과 강의 방법을 설명하는 이유도 학습의 목표지점을 명기한 지도를 제공하기 위함이다. 기계적 학습은 학습한 내용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응용력이 떨어지며 곧 잊어버린다. 그러나 지적 학습은 개념들 간의 관계를 이해할 수 있어 응용력이 높으며 학습한 내용을 오랫동안 기억할 수 있다. 좋은 성적을 성취하고 학기를 마무리하려면 지적학습이 필요하다.
여유롭고 활기 있는 면학 분위기 조성을 위하여 다음 사항들도 요구한다. 첫째, 수업 시작 5분 전에 강의실에 들어오자. 지각은 한 시간을 바쁘게 하고, 5분의 여유는 한 시간을 보람되게 한다. 둘째, 강의실 내로 음료수를 반입하지 말자. 수업 중에 음료수를 꼭 마실 필요는 정말로 없다. 셋째, 강의가 진행되는 동안 강의실을 드나들지 말자. 강의 중 임의로 이동하는 행위는 동료 학우의 학습을 방해한다. 그것은 대학생의 자유나 권리가 아니며, 민주시민으로서 행할 바가 아니다. 넷째, 휴대폰을 꺼 두자.  휴대폰은 주의 집중을 흐리게 한다. 다섯째, 교실에서는 모자를 쓰지 말자. 모자를 쓰는 이유는 외모를 멋스럽게 보이게 하기 위해서, 격식을 갖추기 위해서, 또는 햇빛이나 비를 피하기 위한 실용적인 목적에서다. 학습을 하는 교실에서 모자를 써야할 이유는 없다. 여섯째, 명상의 시간을 갖자. 간디는 처칠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하루에 5분만 명상을 하십시오. 그러면 세계가 바뀔 것입니다.’ 5분도 좋고 10분도 좋다. 전철이나 버스 안에서, 걸음을 걸으면서, 휴식 시간의 강의실에서도 가능하다. 그 5분이 삶을 바꿀 수 있다.
끝으로 면학분위기와 관련해 한 가지 걱정거리가 있다. 가을마다 진행되는 대학 축제 문제이다. 축제기간 동안 교정은 젊음과 소란으로 넘친다. 강의실에서는 강의가 진행되지만 바깥 행사장의 고성능 스피커는 그칠 새가 없어 수업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야간 수업은 더 심하다. 해마다 진행되어온 행사이건만, 이와 같은 축제가 대학 문화로서 바람직한 것일까? 휴일로 축제일을 정하여 모든 대학인이 함께 참여함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우리 모두 새 학기를 여유롭고 지혜롭게 시작하자. 새 학기에 세운 소기의 목표를 달성함으로써 환하게 웃으며 학기를 끝맺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