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은지(국문03)

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이번 여름방학에는 모 단체에서 주관하는 국토대장정을 다녀왔다. 일상으로 돌아와서 생각하면 17박 18일 동안 겪었던 일들 하나하나가 뜻 깊었지만, 그 중 가장 소중했던 일은 ‘명상의 시간’이었다.
우리는 아침마다 행군하기 직전에 100여명의 대원들 모두가 둥그렇게 모여 앉아 원을 만들었다. 그리고는 명상의 시간을 가졌다. 손에 손을 잡고 눈을 감았다. 그리고 주최 측 관계자가 은은한 음악과 함께 은은한 목소리로 짤막하고도 좋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여행에 관한, 자신감에 관한, 실패에 관한, 부모님에 관한, 친구에 관한 이야기들…….
나는 명상하는 시간마다 매번 숨죽여 울었다. 왜 그랬는지 잘 모르겠지만 그때는 그런 이야기들이 찡하니 가슴에 와 닿았었다. 아마,
‘오늘도 이 땡볕 아래에서 말없이 하루 종일 걸어야겠구나. 비 오듯 땀은 쏟아지고 걸을 때마다 물집 잡힌 부위는 고통스럽고 숙영지에 도착할 때쯤이면 땀에 절어 끈적끈적한 몸으로 텐트를 치고 저녁식사를 준비하고 밥을 먹고 지루하게 단 10분간의 샤워시간을 애타게 기다리겠지. 샤워를 하고 나서는 징징 울리는 내 다리를 누이고 뒤척이며 잠이 들겠지. 그리고 난 도대체 이런 생활을 며칠 더 반복해야 되는 거야? 짜증나고 힘들다. 집에 가고 싶어…….’ 와 같은 불평불만이 머릿속에 가득하다가, 명상의 시간을 가지다 보면 이런 생각은 사그라지고 대신 아래와 같은 생각이 몽실몽실 그 자리를 채웠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 오늘도 힘차게 걸어보자. 15분만 걷다 보면 물집이 잡혀서 아픈 느낌도 없어질 테고, 걷다 보면 가끔 불어보는 산바람, 강바람, 바다바람이 에어컨 바람보다 훨씬 시원할 테고 우리나라의 경치는 정말 예쁠 거고 같이 걷는 우리 조원들도 있고 걸으면서 재미있는 얘기도 듣고 나누고. 그러다 보면 중식지에 도착해서 꿀맛 나는 밥을 먹고 꿀맛 나는 낮잠도 자고 숙영지에 도착하면 시원하게 샤워도 할 수 있을 테고. 그러다 두 다리 쭉 뻗고 잠을 자야겠다. 보고 싶은 가족, 애인, 그리고 친구들 모두 잘 자요.’
이렇게 명상의 시간은, 잊고 있었던 내 안의 긍정성(肯定性)을 되찾아주었다. 여러 일화들을 들으며 앞으로의 내 모습을 그려보고 다짐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내 두 손에 잡힌 대원들의 손을 통해 느껴지는 열정으로 끝까지 완주할 수 있었다.
이제 다가올 학기에는 명상의 시간에서 얻은 긍정의 힘을 그대로 안고 갈 것이다. 그렇게 한다면, 종착지에 도착했을 때 가슴 뿌듯함을 느꼈던 것처럼, 종강할 때 학기를 돌아보며 스스로 만족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