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로테스크 미술 작가 한효석 씨

기자명 박하나 기자 (hana@skkuw.com)

 

그의 작품들은 관람자의 시선을 멈칫거리게 한다. 선명한 핏빛으로 물든 얼굴은 낯설고 괴의하기까지 하다. 돼지의 몸에 사람의 얼굴을 한 형상도 마찬가지다. 그 충격적인 모습을 들여다보고 있자니 관람자를 응시하는 눈빛에서, 또 눈을 감은 얼굴에서 우리의 얼굴이 겹쳐진다. 인간을 둘러싼 모든 포장이 벗겨진 상태의 그들이 말한다. 너도 나와 같다고.

 

■ 그로테스크 미술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지
내가 성장하면서 보고 느낀 것, 한국 사회 속에서 얻은 것들을 표현하고자 했다. 나는 전 세계에서 제일 큰 미군기지가 있는 평택에서 자랐는데, 동네는 물론 학교에서도 혼혈 아이들을 자주 볼 수 있었다. 그 아이들은 생김새가 다르다는 이유로 심한 놀림을 받았다. 나는 오직 피부색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핍박받는 그들에게 연민의 정을 느꼈다. 더불어 어렸을 때 우리 부모님은 목장을 운영하셨다. 그곳에서 나는 출생부터 지켜봤던 소들이 죽어나가는 모습을 보며 생명에 대해, 또 삶과 죽음에 대해 관심을 두게 됐다. 나는 자기 의지 없이 인간의 쓰임에 의해 도살되는 가축들의 모습이 마치 사회 속에서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이데올로기 △전쟁 △테러 등에 의해 희생되는 사람의 모습과 같다고 느꼈다.


■ 이런 작품을 통해서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은가
사람 피부를 5mm만 벗겨 내도 다 똑같고 평등하다. 사회가 사람을 평가하는 시각, 예를 들자면 인종 차별이나 미와 추를 구분하는 것. 그 모두가 인간을 거추장스럽게 포장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작품은 ‘인간의 실질적인 가치’를 바라봐야 한다는 도덕적 인본주의에 입각했다고 할 수 있다. 나는 차별과 선입견에 저항하고 싶었고 깨부수고 싶었다. 예술은 사회를 직접 변화시킬 수는 없지만, 사람들의 생각을 변화시킬 수 있다. 사람들의 생각이 변하면 사회도 변할 수 있다. 나는 내 작품을 통해 인간의 가치에 대해 상기해볼 기회를 주고 싶었다.

■ 충격적으로 느껴지기도 하는 표현 방식을 선택한 이유가 있다면
나는 진솔한 표현을 사용했을 뿐이다. 거르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고자 했다. 너무 솔직해서 날 것을 드러냈다고 할까. 사람들은 처음 보는 날 것에 대한 거부 반응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 속에는 진중한 것이 있고, 놀라움 뒤에는 가려진 진짜 의도가 있다. 나는 인간의 거르는 능력보다는 더 본능적이고 직접적인 능력에 접근하고 싶었다. 바로 감성적인 능력이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결국 우리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전달하고자 했다.

 

■ 당신의 작품이 가지는 가치는 어떤 것이 있나
내 작품은 잘못 보면 염세주의 또는 대안 없는 비판으로만 보일 수도 있고, 끔찍함을 위한 끔찍함의 증폭으로만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뒤에 있는 진정한 의미를 놓치지 않는다면 점차 그 매력을 알 수 있다. 이유가 없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나의 손에서 태어난 작품 하나까지도 모두 사회 현상으로 말미암은 결과물이다. 이런 작품을 감상할 때에는 혀끝의 자극적인 것만을 느끼는 문화가 아니라 깊게 우러나는 차를 음미하는 것과 같이 생각해줬으면 한다. 자극을 넘어 우러나는 진정한 맛을 느끼듯이 표피가 아닌 작품 이면의 깊이를 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인데, 이런 자세를 가지고 작품을 대할 때 인간의 가치에 대한 메시지도 진정으로 전달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