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 강원대학교 인문과학연구소 이대범 위원장

기자명 차윤선 기자 (yoonsun@skkuw.com)
차윤선 기자 yoonsun@skkuw.com

요즘 다들 인문학의 위기라고 말하지만 사실 지금처럼 좋은 연구 환경은 없었어요. 이렇게 환경이 구축됐는데도 인문학이 발전하지 못하는 이유는 결국 인문학자의 위기라고 볼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새로운 인문학의 패러다임을 연구하고 그것을 실천적 활동으로 회복하고자 하는 생각에서 탄생하게 된 것이 바로 인문치료학이에요.
그러나 사실 난 ‘치료’라는 말이 싫어요. 치료라는 말을 쓰는 순간 치료를 받는 이가 생기고 치료를 해 주는 이가 생기는 거잖아요? 인문치료학은 결코 치료가 아니에요. 그저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과 함께 영화도 보고, 책도 읽고, 즐겁게 대화를 하면서 노는 거죠. 그런 후에 연구자끼리 만나 다음번에는 어떻게 같이 ‘놀지’를 함께 생각해 보는 거에요.
다양한 전공지식을 가진 사람들과 하는 대화는 의미가 깊어요. 철학이면 철학, 문학이면 문학과 같은 테두리 안에 갇혀서 더 나은 발전을 꾀하기는 어렵기 때문이죠. 우리 인문과학 연구소가 지금 사업단을 꾸리면서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은 바로 이 점이 아닌가 싶어요. 여러 가지 깊은 지식을 가진 사람들끼리 말을 하다 보면 생각지도 못했던 기발한 아이디어가 떠오른 곤 하죠. 사실, 생각해보면 인문학의 본질은 통합학문이에요. 인문학에서는 ‘가치 있는 삶이 무엇이냐’라는 질문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해야 하는데, 이는 하나의 관점만으로 볼 수가 없겠죠.
우리 연구소에서는 매년 국제 학술대회를 열고 있는데 이를 통해 많은 연구자와 더 다양한 생각을 공유할 수 있는 계기가 됐어요.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동학들이 전 세계 곳곳에 널리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은 정말 기쁜 일이었어요. 목표가 분명한 국제 학술대회로 인적 네트워킹을 형성하게 됐고 이 덕분에 국제 학술지를 만들게 됐죠.
가끔은 인문치료학에 대한 연구가 기존의 심리치료나 예술치료와 뭐가 다르냐고 시비를 거는 사람들도 있어요. 처음에는 그런 질문에 우리 쪽에서도 명쾌한 답을 줄 수 없었어요. 3년 동안 우리가 한 일이 바로 이것이에요. 인문 치료학이 무엇인지 그 정체성을 찾는 일이었죠. 이게 1단계 사업이었어요. 지금까지 인문치료학이 과연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을 했다면 앞으로는 인문치료학을 사회로 환원하는 데 힘을 쓸 거에요. 마지막으로는 국가적 수준에서 인문치료학에 대한 시스템을 구축하기를 목표로 하고 있어요. 지금은 정체성을 확립했고 사회적 환원의 단계로 접어들기 시작했어요. 인문학이란 게 사실은 사람에 관한 학문인데 연구자만이 연구소에서 하는 건 정말 인문학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렇기에 지금 사회적 단계로의 진출은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생각해요.
어쩌면 인문치료학에 대한 연구는 인문학을 활용한 치료이기도 하지만 인문학을 위한 치료이기도 해요. 지금까지 상아탑 안에 갇혀만 있던 인문학을 이번 연구 계기로 끄집어내는 거죠. 그래서 인문학이 과연 무엇인지 세계 사람들이 모여 고민도 해보고 인문학을 사람들 생활 안에 녹아들게 하려고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