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뉴런(mirror neuron)

기자명 고두리 기자 (doori0914@skkuw.com)

우리는 하루에도 수십 명에서 수백 명의 사람과 마주친다. 옆 사람이 하품하면 자신도 모르게 하품을 하고, 누군가 웃는 모습을 보면 괜스레 기분이 좋아진다. 이는 가상 속 인물과 마주할 때도 마찬가지다. 드라마나 영화 속 주인공이 눈물을 흘리면 자신이 마치 주인공이 된 것처럼 마음이 아프다.

이러한 현상을 신경과학자 지아코모 리조라티는 과학적 접근을 통해 밝혀낸다. 1996년 그는 이탈리아 파르마 대학교 연구실에서 원숭이들을 대상으로 운동 피질에 전극을 꽂고, 운동과 관련된 뇌기능을 연구했다. 그러던 어느 날 연구진 중 한 명이 아이스크림을 들고 실험실에 들어왔을 때, 이를 지켜보던 원숭이의 뇌에서 갑자기 특정 뇌세포가 활성화됐다. 유레카! 이 반응은 원숭이 자신이 아이스크림을 들고 있을 때 나타나는 뇌 반응과 똑같았다. 즉, 전두엽 내에 있는 평범한 운동명령 뉴런 중 약 20%인 뉴런들이 다른 사람이 어떤 행동을 취하는 것을 볼 때에도 발화하는 것이다. 이처럼 타인의 행동을 보기만 하더라도 마치 자신이 직접 그 행동을 할 때와 똑같은 반응을 하는 신경세포들을 가리켜 리조라티는 거울 뉴런(mirror neuron)이라 명했다.

그렇다면 ‘하는 것’과 ‘보는 것’이 똑같은 뉴런을 활성화하는데, 왜 우리는 혼동하지 않는 것인가? 신경과학자 빌리야누르 라마찬드란에 의하면 이는 우리가 공감(共感)만 할 뿐, 타인이 느끼는 접촉을 그대로 느끼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슬픈 장면을 봤을 때, 접촉과 고통을 느끼는 수용기들은 뇌에 실제 접촉이 아니니 걱정하지 말라는 신호를 보낸다. 타인의 접촉을 자신의 경험으로 혼동하지 못하도록 거울 뉴런의 신호를 거부하도록 하는 것이다.

김현지 기자 neungson@skkuw.com

이처럼 거울 뉴런의 존재는 나 자신을 타인과 분리해주면서, 타인을 공감하는 메커니즘을 과학적으로 설명해준다. 아동 심리학자 앤드류 멜조프는 태어난 지 2, 3일밖에 안 된 아기 앞에서 혀를 내밀면 아기도 그 표정을 따라 한다는 것을 밝혔다. 이처럼 인간이 어떤 행동을 모방하고 흉내를 낼 수 있는 이유는 거울 뉴런이 사람의 뇌 안에서 일찍부터 존재하고 활동하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우리는 수많은 타인의 삶을 배우게 되고, 이것이 다음 세대를 향해 빠르게 전달되면서 결국은 인간의 문화 발전에 토대가 된다. 
따라서 거울 뉴런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으면 우리는 ‘우물 안 개구리’가 될 수 있다. 자폐아와 정신분열증이 있는 사람이 그 예다. 이들은 거울 뉴런이 활성화되지 않아 공감능력이 부족해 사회로부터 스스로 담을 쌓아버린다. 실험을 통해 자폐증 환자의 거울 뉴런을 확인해본 결과, 정상인과 달리 그들의 거울 뉴런은 자신이 행동할 때만 활성화되고 다른 사람의 행동에는 거의 활성화되지 않았다. 즉, 자폐증 환자들의 거울 뉴런은 깨진 거울(broken mirror)이 돼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것이다.

거울뉴런은 타인의 마음을 읽어내고, 그것을 모방함으로써 인간이 사회적 관계를 맺는 데 큰 역할을 하지만 그럴수록 우리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신경과학자 마르코 야코보니는 “거울 뉴런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게 될수록 우리는 인간이 합리적으로 자유롭게 행동하는 주체가 아님을 깨닫게 된다”면서 인간이 굳게 믿었던 주체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우리의 모든 행동은 결국 타인에 의해서 결정되는 걸까? 혹시 지금 당신이 이 글을 읽는 이유도 남이 읽는 걸 보고 따라한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