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릴리스 콤플렉스』 리뷰

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최근 방영된 드라마 <분홍 립스틱>에서 여주인공 유가은은 이혼 후 주체적인 삶을 살면서 성취감을 얻지만, 돌보지 못한 딸에게 미안해하고 죄책감을 느낀다. 이처럼 오늘날 많은 어머니는 사회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도 자녀에게 언제나 미안함을 느낀다. 어머니가 모성애를 베풀며 자식 곁을 떠나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지만, 여성 안에는 육아에서 해방되려는 욕구 또한 존재함을 알고 있는가? 책 『릴리스 콤플렉스』는 현대에 활동적인 어머니에게 가해지는 억압이 ‘릴리스 콤플렉스’에서 비롯됐다고 말한다. 이 릴리스 콤플렉스를 알기 위해 인류의 시초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성경의 원전인 유대교 구약에 따르면 신은 이브가 아닌 릴리스와 아담을 흙으로 빚어 최초로 창조했다. 아담과 릴리스가 같은 방법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릴리스는 두 사람이 동등하다고 주장하며 아담에게 복종하지 않았다. 이에 아담은 화를 냈고 릴리스는 에덴동산을 떠났다. 그 후 신은 아담의 갈비뼈로 수동적인 여성상인 이브를 만들었다. 이는 이브가 아담과 동등하지 않으며 그에게 순종해야 함을 상징한다.

추방당한 릴리스는 의존에서 벗어나 독립하려는 여성의 욕구를 대변한다. 릴리스 콤플렉스는 이러한 릴리스적인 면모를 지나치게 억누르는 것이다. 그동안 사회에서는 릴리스를 죄악시하고 희생적인 이브의 모성을 바탕으로 어머니가 자녀 양육에 온전한 책임을 지도록 했다. 그 가운데 출산을 거부하고 육아를 힘겨워하는 여성은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지지 못했다. 하지만 여성의 역할이 세분화된 현대 사회에서는 아이의 존재가 부담스럽게 느껴지는 경우가 있다. 자식을 위해 희생하며 어머니로서의 책임을 다할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사회에서 여성은 양육에 대한 고통을 토로하길 두려워해 심리적 장애가 생긴다. 육아의 부담을 덜고픈 욕망을 인정하지 않는 사회에 대해 분노를 감춘 채 의무감으로 자녀를 대하게 되는 것이다. 이 상태가 지속되면 어머니의 거절이 아이에게 무의식 중에 전달된다. 어머니에게 거부당한 기억이 남아 있는 개인은 성장 후 자신을 신뢰하지 못하고 정체성과 자존심에 상처를 지니게 돼 대인 관계에서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이처럼 릴리스 콤플렉스는 세대에 걸쳐 상처가 되물림하게 만든다. 따라서 저자는 여성의 릴리스적 본질을 인정하자고 제안한다.

내 안의 릴리스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여성은 모성애의 한계를 인식해 자녀를 대하게 된다. 따라서 어머니가 육아에 대한 두려움을 느꼈을 때 이것이 아이의 잘못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자녀에게 인지시키고 안심시킬 수 있다. 또한 이러한 어머니 밑에서 자란 자녀는 어머니로부터 정신적으로 독립해 자의에 따라 매사를 결정하고 삶을 적극적으로 개척할 수 있다.

오늘날 의도적으로 자녀를 두지 않는 부부를 이르는 딩크(DINK)족의 등장, 결혼을 미루는 2~30대 남녀의 모습과 낮은 출산율은 릴리스 콤플렉스에 대한 거부감이 낳은 결과이다. 기혼 여성의 적극적인 사회 활동에 대한 주위의 차가운 시선과 육아를 강요하는 분위기에서 벗어나 릴리스 콤플렉스를 극복할 수 있다면 어머니와 아이 모두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