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과캠 만남 - 권문성(건축) 교수

기자명 최병민 기자 (byung803@skkuw.com)

“건축가만을 위하는 건축은 하고 싶지 않다. 사회 속에서 건축이 가지는 의미를 새롭게 하고 싶다”
‘건축’하면 떠오르는 것들은 딱딱하다. 하늘만 바라본 채 우뚝 솟아있는 건물들은 건축에 대해 조금은 거리를 두게 만든다. 이렇듯 점점 도구적으로만 바뀌어 가는 건축에 대한 고정관념을 한꺼풀 벗겨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이가 있다. 바로 우리학교 건축학과의 권문성 교수다.
그는 대학에 진학하며 전공으로 건축을 접하게 된다. 그러나 그 무렵 광주 민주화 운동이 일어나 학과 공부는 물론 학교조차 정상적으로 다닐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불행 중 다행일까, 그는 이 시기에 우리나라의 각종 고(古)건축물을 탐사할 기회를 얻었고 특히 한옥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여느 사람들과는 다른 한옥의 매력을 느끼게 됐다. 일반적으로 한옥 하면 기와선의 아름다움과 같은 형태적인 아름다움에만 치중하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그는 시선을 달리했다. “한옥의 외관보다 내면에 담겨진 부분들이 더 가치 있다”며 “우리나라 전통 건축물에 담긴 생각과 편안함을 현대의 재료를 통해 나타내고 싶다”는 것. 사회적으로 혼란스러웠던 시기였으나 그는 기회로 삼았다. 당시 시대상에 대한 고민과 건축에 대한 영감을 동시에 얻는 것으로 말이다. 결국 당시의 자신의 역량으로 사회에 기여 할 수 있는 일을 찾던 것이 현재 좋은 집을 짓고자 하는 생각의 중요한 바탕이 됐다.
이렇듯 권 교수는 이제까지 좋은 집을 짓겠다는 일념으로 집에 관해 한 작품 한 작품 공을 들여왔다. 건축가에게 주어지는 것은 크게 집이 지어질 대지와 그 속에 사는 사람의 삶이라 말하는 그에게 있어 집을 짓는 것은 단순한 건축이 아니다.
“몸과 영혼이 자유로운 집이 좋은 집이라 생각한다. 어떤 집이 그럴 수 있는지 항상 궁금해 하면서 주어진 집을 하나씩 짓고 있다”
한 집이 지어지면서 그 주변과 어우러져야함은 물론이고 그 집에 사는 사람 뿐 아니라 그 집과 관계를 맺는 모든 사람에게 거리낌 없는 집이야 말로 진정 좋은 집이란 뜻이다. 그는 “오래 같이 있어도 편안하고 기대고 싶은 소중한 친구와 같은 집을 짓고 싶다”며 “세상과 사람에 대한 진실한 마음으로 조심스럽게 집을 짓는 일이 좋은 집을 짓는 방법이라 생각한다”고 그가 마음속에 그리고 있는 집의 모습을 나타냈다.
이런 권 교수의 가치관은 집뿐 아니라 그의 다른 건축물에도 여실히 드러난다. 그는 각 마을의 우수한 문화역사적 소재를 발굴하기 위해 문화관광부에서 시행하고 있는 문화역사마을가꾸기 사업에 참여 했으며, 최근 한강에서 추진된 공공디자인 프로젝트 3부작도 마친 상태이다. 두 프로젝트 모두 공익을 바탕으로 하는 건축 사업으로 건축가 개인의 순수한 열정이 중요한 사업들이다. 이에 대해 그는 “내가 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그 자체가 즐거울 뿐”이라며 진정 사회를 위한 건축을 하고자 함을 내비쳤다.
건축을 본인의 전부로 알고 건축으로 우리 사회를 바꾸는 일을 하고 싶으시다는 권 교수. 이제까지 인정받은 작품이나 업적도 출중한 상태지만 아직 자신은 멀었다며 앞으로 작업할 시간이 남아 있는 것이 다행이라고. 이런 그가 있기에 앞으로의 건축물들이 우리와 조금은 더 가까워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