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MZ 다큐멘터리 영화제

기자명 양명지 기자 (ymj1657@skkuw.com)

불가침의 엄숙함마저 풍기는 DMZ 안. 예닐곱 살 정도 돼 보이는 소년과 소녀가 각각 남과 북에서 서로를 향해 달려온다. 달리던 소년은 순간 발에 걸리는 둔탁한 쇳소리를 감지하고 그대로 멈춰 선다. 불길함을 느낀 소년이 달리는 소녀를 제지한다. 둘은 안타깝게 서로의 이름만 부르짖는다. 그때, ‘똑똑’. 소년의 발밑에서 누군가 두드린다. 지뢰인 줄 알았던 쇳덩이가, 물고기가 헤엄치는 통조림임을 확인하고 그제야 소년과 소녀의 얼굴에 웃음이 드리운다.

앞의 내용은 △평화 △생명 △소통이란 슬로건 아래 올해로 2회를 맞은 DMZ다큐멘터리영화제(DMZ Korean International Documentary festival, 이하:영화제)의 홍보 영상 내용이다. △경기도 △파주시 △DMZ DOCS 조직위원회의 주최로 지난 2009년 민통선 및 파주출판도시 일대에서 제1회 영화제가 시작된 이래 올해는 파주출판도시와 임진각 평화누리에서 제2회 영화제가 지난 9일부터 오늘까지 5일간 열린다.


DMZ에 대한 긍정적 인식 심어주는 역할해

낮부터 내리던 비가 천둥 번개를 동반한 폭풍우로 바뀐 9일 저녁, 경의선을 타고 제2회 영화제의 개막식이 열리는 파주 통일의 관문을 찾았다. 쏟아지는 빗속에서 개막식이 안타깝게도 중단됐지만, 상당수의 국내외 초청객들과 관람객들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제2회 영화제에는 그 규모가 1회보다 더 커져 전 세계 35개국에서 80여 편의 작품이 출품됐다. 특히 이번 영화제는 △다큐백일장 △다큐토론 콘테스트 △DMZ영상캠프 등 관객이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많고 출판도시의 책잔치, 헤이리 판 페스티벌과의 연계뿐만 아니라 독일 통일 20주년을 기념하는 포럼과 DMZ 자전거 투어 등의 문화적인 부대 행사가 많아 더욱 다채롭게 진행됐다.
이와 관련 홍보팀 노애리 팀장은 “영화제를 통해 DMZ에 대해 잘 모를 뿐 아니라 전쟁이나 휴전 때문에 막연히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긍정적 이미지를 심어주고자 한다”며 “신선함과 진정성이 담긴 다큐 장르의 매력을 발산함으로써 다큐는 재미없다는 사람들의 통념을 깨고자 한다”고 영화제의 취지를 설명했다. 
본격적 영화 상영은 10일부터 시작됐다. 이날 주요 상영관인 씨너스 이채을 찾아 곤살로 아리혼 감독의 <좌파가 집권한 남미를 가다>를 본 관람객 신승철 씨는 “(출판단지)근처에서 일하다가 우연히 영화를 보게 됐다”며 “영화를 통해 우리 사회의 현실은 어떤지에 대해 새삼 돌아보게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신생 영화제 한계점 적극 보완 필요해
하지만 영화제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신 씨는 “물론 교통편은 영화제 주최 측에서 당장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이지만 교통이 불편해 관람객 수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자원봉사자 김보람(중앙대 심리07) 씨도 “아직 2회 차라 영화제의 조직적인 부분과 커뮤니케이션 부분이 원활하지 않다”며 신생 영화제가 가질 수밖에 없는 한계에 대해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DMZ 영화제의 발전 가능성은 무한하다. 영화제의 노 팀장은 “신생 영화제인데다가 현재 우리나라 영화산업 전체가 예산 삭감 등으로 어려움을 겪다 보니 영화제가 아직 여러모로 부족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문화 행사라는 것은 정착하기까지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한 만큼 인내심을 갖고 꾸준히 운영하며 문제점을 보완해 나갈 것”이라고 개선 의지를 밝혔다.
아픈 역사의 상징일지라도 문화적 행사인 영화제를 통해 대중으로 하여금 그 아픔을 되새기고 사회적 문제의식을 제고하게 한다는 점에서 DMZ 영화제는 충분한 의의를 지닌다. 회를 거듭할수록 보다 좋은 작품, 보다 활발한 참여와 함께 성장하는 영화제의 앞날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