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생태, 역사적 관점에서 주목받아

기자명 유정미 기자 (sky79091@skkuw.com)


북위 38도의 휴전선으로부터 남과 북으로 각각 2km. 올해로 60돌을 맞은 한국전쟁이 남긴 땅. 이곳은 아픔의 역사가 있고 천혜의 자연이 있는 바로 DMZ(비무장지대, DeMilitarized Zone)이다. 최근 이 공간은 △관광자원 △분단과 평화의 상징 △생태환경 △역사 교육의 장 등의 가치를 인정받으며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이에 기사에서는 DMZ가 가진 가치를 조명해봤다.

다양한 종 포함한 천혜의 습지생태계
길이 248㎞, 면적 907㎢인 DMZ 일대. 이곳이 휴전 협정에 의해 DMZ로 지정된 이후, 군대의 주둔이나 무기의 배치, 군사시설의 설치가 금지되고 있다. 따라서 이 공간은 40여 년간 출입이 통제돼왔다. 이러한 이유로 DMZ 일대는 자연 상태가 잘 보존돼있으며, 2천7백여 종의 동ㆍ식물이 서식하고 있어 최근 학술적 자연생태계 연구의 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멸종위기에 처한 △구렁이 △어름치 △토종여우 등이 서식하고, 국내 최대 규모의 자연습지가 발견되면서 이 공간이 생태계의 보고임이 입증되고 있다.
2005년부터 DMZ의 생태를 연구하고 있는 ‘DMZ 생태연구소’의 김승호 소장은 “매주 한 차례씩 현장조사를 하고 있는데, 민통선 내에는 소하천과 습지가 많아 주변 지역을 스스로 복원하는 자정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연구에 어려움도 있다. 이 공간 자체가 한국전쟁과 뿌리 깊은 연관을 맺고 있기에 지뢰가 너무 많고, 군사적 이유로 깊숙한 곳까지 생태조사를 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김 소장은 “그러한 점뿐 아니라 최근에 이 일대가 다시 논과 밭으로 전환되면서 동ㆍ식물의 서식 환경이 갑작스레 변하고 있다”며 “이 공간의 생태적 가치를 제대로 지킬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분단의 상징, 역사교육에 도움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지난해 DMZ를 냉전시대 마지막 분단의 상징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대표적으로 DMZ 내에 있는 ‘자유의 마을 대성동’은 현재 남북한이 처한 상황을 여실히 드러내는 공간이다. 현재 이곳은 유엔사 경비대대 사령관의 관할 하에 있고, 400m 앞에 판문점을 두고도 고향에 가지 못하는 실향민이 거주하는 등 여전히 분단의 아픔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다양한 역사적 현장들이 역사적 비극을 대변해주면서 역사교육의 현장으로도 이용되고 있다.

이와 관련 통일연구원의 김정수 연구원은 “휴전선의 역사와 분단의 아픔이 서려 있는 곳이 DMZ”라며 “이곳은 통일로 갈 수 있는 관문이기 때문에 분단 상황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DMZ의 가치에 공감해 대학생들도 다양한 행사를 통해 이곳을 방문하고 있다. 지난 여름 방학에는 한국대학생연합 100여 명의 학생들이 ‘통일 국토 대장정’의 코스 중 하나로 이 일대를 방문하기도 했다. 행사에 참여한 울산대 김형기(경영정보 05) 부총학생회장은 “지금의 남북관계를 학생들과 함께 걸으면서 다시 한 번 생각해보자는 취지로 국토 대장정을 마련했다”며 “임진각 통일의 관문이 거의 마지막 고지였는데, 막혀있는 철문을 보면서 힘든 것도 잊어버릴 정도로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을 느꼈다”고 소회를 밝혔다.
평화적 담론 담은 공간으로 나아가야
최근 DMZ 일대는 △제1,2,3,4 땅굴 △경의선 열차 길 △임진강 일대 등의 유적지와 자연ㆍ문화유산을 통해 새로운 관광자원으로도 떠오르고 있다. 특히 전쟁의 상흔으로 인한 복합적인 문화가 자리하기 때문에 지금으로부터 60년 전의 다양한 생활상을 마주할 수 있다. 전쟁으로 인해 모여든 각 지역 사람들이 떠나고 돌아옴을 반복하면서 다양한 △건축 △북한문화 △언어 △주거환경을 만들어낸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최근에는 DMZ 일대에서 진행하는 다양한 문화적 행사가 펼쳐지고 있다. 이 공간과 관련한 △마라톤대회 △사진전 △영화제 △자전거투어 △트레킹 코스 개설 등을 통해 각양각색의 사람들과 마주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DMZ는 과거와 현재가 소통하면서 우리 시대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통일연구원 김 연구원은 “DMZ를 통해 민족의 아픔과 평화에 대해 인식해야 한다”며 “이곳에 세계시민들이 모여 분단현장이 평화현장으로 변해 안정되는 과정을 관리할 수 있는 저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전했다.
DMZ. 우리의 역사가 있고, 우리의 삶이 있으며, 우리의 미래가 있는 곳. 남북의 장벽이 된 한반도의 허리는 여전히 슬프고도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