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테의 색채론 바탕으로 색과 사람의 상호관계 밝혀내

기자명 차윤선 기자 (yoonsun@skkuw.com)
‘검은색 옷이 어울릴까? 아니야, 검은색은 너무 칙칙해 보일 거야. 그렇다고 노란색으로 사자니 이건 뚱뚱해 보이지 않을까?’ 옷가게에서 누구나 한번 쯤 고민해 봤을 문제이다. 이처럼 우리는 옷 한 벌을 선택할 때도 색을 갖고 고민한다. 같은 디자인이더라도 색이 다르면 이미지가 달라진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색은 우리 생활 곳곳에 영향을 미친다. 특히 현대 사회에서는 색에 내재된 힘을 다방면에 사용하고 있다. 심지어 식욕을 돋우기 위해 거의 모든 가공식품에 색소가 빠지지 않는데 이 경우만 살펴보더라도 색의 영향력을 실감할 수 있다. 오늘날 이렇게도 중요한 색. 과연 색이란 무엇일까?

이는 지금으로부터 2백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색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체계화해 『색채론』을 펴낸 자가 있었으니 그 이름 바로 괴테이다. 괴테는 우리에게 철학자이자 작가로 널리 알려져 있어 괴테의 『색채론』이 다소 의아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문학작품들은 다른 사람들도 쓸 수 있는 것이었지만 색채론 만큼은 독창적인 것으로서 불멸의 업적”이라며 호언장담하기까지 했다.
괴테는 한 사물의 본질을 그 자체로 알 수 없기 때문에 본질을 표현하기 위한 시도로 색채에 대해 탐구했다. 이는 마치 사람의 성격은 그 자체로 알 수 없고 행동과 업적을 총괄해 봤을 때야 비로소 성격의 상이 드러나는 것과 같은 것이다. 그에 따르면 색채는 시각과 연계돼 있는 규칙적인 자연 현상이다. 그는 색이 빛을 통해 우리 눈에 들어오고 그것을 인지하는 과정을 세 단계에 나누어 설명한다. 그러면서 이 자연 현상을 사람과의 관계까지 끌어들이는 데 성공한다. 괴테는 ‘색채의 감각적 정신적 작용’으로 색이 가진 치유력에 대해 다음과 같이 언급한다. 예를 들어 초록색에 대해서는, 그것을 바라보고 있으면 눈과 심신이 안정감을 느끼므로 “항상 생활하는 방의 벽지를 위해서 대체로 초록색이 선택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라고 말한다.

괴테로부터 시작된 색에 대한 고찰은 끊이지 않았고 그의 이론에 오늘날에 밝혀진 과학적 사실을 융합시켰다. 이로 인해 색채현상의 본질을 밝히고 색과 인간 생활과의 상호관계를 탐색하는 색채학이 탄생했다. 색채학은 색을 연구하는 학문이지만 결코 학문으로 그치지 않는다. 다양한 곳에서 색채학을 바탕으로 이를 효과적으로 이용한다. 특히 상업계나 의료계에서 그 현상이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우선 색 마케팅에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데 색채 마케팅은 상당히 세밀한 과학적 분석에 기인하고 있다. 지금까지 광고업계 종사자들의 경험으로 상품의 색을 결정했다면 이제는 과학적 사실로 위험 부담을 줄이고 안정적으로 이윤을 얻을 수 있다. 예를 들어 대표적 이온음료인 포카리스웨트의 경우 제품의 이미지를 흰색과 파란색으로 연결 짓는다. 광고에서도 색의 이미지를 강조해 깨끗하고 깔끔한 느낌을 주려고 한다.
색은 의학계열에도 역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영국의 한 실험결과로 시신경에서 흡수된 색이 자율 신경계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빨간색을 본 피실험자의 자율신경계가 파란색을 본 피실험자보다 흥분해 있었다. 이는 파란색을 볼 때는 편안함을 느끼지만 빨간색에 노출되면 긴장상태가 됨을 의미한다. 이 실험결과로 색이 사람 몸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 과학적 견지에서 설득력을 얻었고 색을 통한 간접적인 심리치료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색은 분명 우리에게 특별한 무엇이다. 우리 역시 나름대로 색에 대해 여러 의미를 부여한다. 어떤 색은 생명을 어떤 색은 죽음을, 또 어떤 색은 계급이나 평화 등의 상징성을 가지고 있다. 색에 의미를 부여할수록 색은 당신의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어쩌면 당신이 지금 입고 있는 옷, 쓰고 있는 펜과 주변의 사물들이 모두 색의 은밀한 힘에 끌려 온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