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6회 서울 와우 북 페스티벌 스케치

기자명 차윤선 기자 (yoonsun@skkuw.com)
책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하얀 것은 종이요, 검은 것은 글자로 이뤄진 것이 책이라 생각한다면 당신은 아직 책에 대해 눈 뜨지 못함에 틀림없다. 여기 책에 새로이 눈을 뜨게 할 페스티벌이 있다. 지난 7일부터 6일간 홍대 앞에서 열린 ‘서울 와우 북 페스티벌’을 방문했다.
 
와우 북 페스티벌은 올해로 6회를 맞았다. 책과 문화행사를 융합시켜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내는 책 축제로 매년 꾸준한 호응을 받고 있다. 올해는 ‘책꽃이 피었습니다’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는데 책과 꽃이 과연 어떤 관계에 있는지 도무지 감이 잡히질 않았다. 그러나 홍대 입구역에 도착하자마자 이 궁금증은 기우였음을 알 수 있었다. 홍대 입구역에서 상수역까지 널려있는 것은 책이고 또 책이었다. 책과 책 사이에 사람들이 있고 사람과 사람 사이에 책이 있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는 시인 김춘수의 시 한 구절처럼, 사람들이 책을 집어 드는 순간 그 책은 꽃이 돼버렸다. 페스티벌이 이뤄지는 거리 곳곳을 다니다보면 어느새 활짝 핀 꽃들을 볼 수 있었다.

이번 페스티벌에서는 △디지털 북 존 △와우 북 판타스틱 서재 △이상한 책읽기 등이 다양한 실내행사와 야외행사로 나눠 진행됐다. 특히 ‘이상한 책읽기’는 천재 작가였던 이상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특별 행사로 열렸는데 이상을 기리는 전시와 낭독, 공연이 마련됐다. 전시장에는 ‘이상한 책 展’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정말 이상한(?) 책들을 만날 수 있었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숫자들로 채워진 책을 읽고 있자니 마치 다른 행성에서 온 책을 읽고 있는 기분마저 들게 했다.

비오는 거리를 지나 북아트 기획전을 찾았다. ‘BOOK적 BOOK적’ 북아트 기획전에서는 책에 대한 편견을 깰 수 있는 작품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하나하나의 책들에서 ‘책꽃’이라는 말의 의미가 새록새록 묻어 나왔다. 전시회장 밖에서 들려오는 빗소리는 작품과 어우러져 서정적 감정을 북돋아줬고, 책에 빠져들게 만들었다. 북아트 기획전 대표자 강소현씨는 “북아트에 대해 다양한 작가가 각자만의 독특한 작품들을 준비했다”며 좋은 전시회가 되길 기대했다. 거리로 나오자 책을 팔고 있는 출판사 관계자들을 만날 수 있었다. 행사수익이 많이 나지는 않지만 매년 찾아주는 독자들의 성원에 보답하기 위해 나온다는 한 출판사 관계자와 이들을 잊지 않고 부스를 들르는 독자들 사이에서 주고받는 책은 이미 책 이상의 의미였다. 독자와 책을 파는 사람들 그리고 책이 한곳에 모이자 어느새 사람들 얼굴에도 웃음‘꽃’이 피었다. 

서울 와우 북 페스티벌에 참가한 김혜수 씨는 “북 페스티벌이라고 해서 어떤 행사인지 잘 몰랐는데 직접 와서 보고 느끼니 즐겁다”며 “내년에 또 오고 싶다”고 소망을 밝혔다. 서울 와우 북 페스티벌은 어제 그 화려한 막을 내렸지만 아쉬워 할 필요는 없다. 오는 10월 9일부터 11일까지 덕수궁에서 또 다른 책 축제인 ‘서울 북 페스티벌’이 열리기에. 와우 북 페스티벌이 홍대의 문화와 어울린 책이었다면 10월에 열리는 북 페스티벌은 고궁의 정취에 흠뻑 젖은 책의 향기를 맡아볼 수 있을 것이다. 책에 취하고 싶은 자여, 북 페스티벌로 떠나라!